○‘동시에 3개 과제를 하라고?’
“전 퍼즐을 잘 못해요. 공연 기획은 자신 있는데, 저랑 몇 분은 퍼즐 대신 공연을 준비하죠.”
김 씨의 말을 들은 면접관이 조용히 펜을 든다. 가점(加點)이다.
이상철 우리은행 채용파트장은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는 리더는 실제 업무 때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는 자연스럽게 퍼즐팀과 공연기획팀으로 나뉘었다. 퍼즐팀이 분주해졌다.
“모서리를 먼저 맞추자, 퍼즐 바닥 부분부터 찾자”는 등 제각각 한마디씩 했다.
하지만 의견이 종합적으로 정리되지는 않았다. 퍼즐은 좀체 모양을 갖추지 못했다.
공연기획팀도 의견이 엇갈리긴 마찬가지였다.
응원가에 맞춰 율동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참신하지 않아 채택되지 못했다.
김 씨는 “조용한 음악을 배경으로 현란한 율동을 선보이는 ‘엇박자 공연’을 하면 관객들이 웃을 것 같다”고 했다.
팀원인 공모 씨는 “눈길을 끄는 것보다 협동심을 보여 주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재미와 협동심을 부각할 수 있는 4분짜리 뮤지컬을 하기로 했다. 분분했던 의견을 잘 종합한 것.
이때 면접관이 한마디했다. “왜 다들 개인 과제는 안 하는 거죠?” ‘그게 남았구나.’ 얼굴들이 노래졌다.
○이유 있는 이색 면접
이번 면접의 목적은 복잡한 과제를 당황하지 않고 순서대로 처리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파트장은 “퍼즐을 준 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지, 퍼즐 맞추기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퍼즐을 완성한 팀에 가점을 하긴 하지만 대화 없이 퍼즐만 했다면 팀 작업에 적합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날 오후 2시에 있었던 조별 토론.
주제는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까’였다. 30분간 토론이 진행될 무렵, 면접관이 끼어들었다. “지금부터 영어로 말하세요.”
한 응시생은 “갑자기 영어로 하려니 주제도 생각이 안 났다”며 안타까워했다.
면접 마지막 날인 9일 저녁, 연수원 강당에선 이틀 동안 응시생 230명의 활동상황을 담은 비디오가 상영됐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훌쩍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김 씨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라”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우리은행은 29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면접 프로그램과 평가 내용 | ||
프로그램 | 평가 내용 | |
단체 과제(퍼즐맞추기 등)와 개인 과제(판매전략 수립) 동시 부여 | 일의 중요도를 따져 순서대로 처리할 수 있나 | |
토론 중에 갑자기 영어로 토론하라고 주문 | 돌발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나 | |
금융상품 안내서 제작 | 금융을 이해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나 | |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송수신 | 인적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나 | |
팀별 공연(펀 페스티벌) | 협동해서 재미있게 일할 준비가 돼 있나 | |
자료: 우리은행 |
안성=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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