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뮤지컬 공연…영어 토론…우리銀 마라톤 면접 르포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신입 행원을 뽑기 위한 은행 면접시험에 퍼즐 맞추기, 공연 기획 등 이색적인 평가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우리은행 면접장에서 응시생들이 복잡한 퍼즐을 맞추고 있다. 사진 제공 우리은행
신입 행원을 뽑기 위한 은행 면접시험에 퍼즐 맞추기, 공연 기획 등 이색적인 평가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우리은행 면접장에서 응시생들이 복잡한 퍼즐을 맞추고 있다. 사진 제공 우리은행
《500개의 퍼즐 조각들이 회의용 탁자 위에 쏟아졌다. “얼른 맞추세요. 조별 공연기획과 개인별 상품판매전략 수립과제도 함께 해야 합니다.” 12명의 조원들은 퍼즐을 맞추기 위해 우르르 탁자로 몰렸다. 퍼즐을 해본 적이 없는 김정수(26·고려대 경영학과)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8일 오후 10시, 우리은행이 경기 안성시 연수원에서 실시한 신입행원 면접의 한 장면이다. 생소한 면접방식에 응시생들은 대체로 당황했다. 8일 오전 10시부터 16시간 동안 계속된 마라톤 면접에 한 응시생은 힘들다며 중도 포기했다.》

○‘동시에 3개 과제를 하라고?’

“전 퍼즐을 잘 못해요. 공연 기획은 자신 있는데, 저랑 몇 분은 퍼즐 대신 공연을 준비하죠.”

김 씨의 말을 들은 면접관이 조용히 펜을 든다. 가점(加點)이다.

이상철 우리은행 채용파트장은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는 리더는 실제 업무 때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는 자연스럽게 퍼즐팀과 공연기획팀으로 나뉘었다. 퍼즐팀이 분주해졌다.

“모서리를 먼저 맞추자, 퍼즐 바닥 부분부터 찾자”는 등 제각각 한마디씩 했다.

하지만 의견이 종합적으로 정리되지는 않았다. 퍼즐은 좀체 모양을 갖추지 못했다.

공연기획팀도 의견이 엇갈리긴 마찬가지였다.

응원가에 맞춰 율동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참신하지 않아 채택되지 못했다.

김 씨는 “조용한 음악을 배경으로 현란한 율동을 선보이는 ‘엇박자 공연’을 하면 관객들이 웃을 것 같다”고 했다.

팀원인 공모 씨는 “눈길을 끄는 것보다 협동심을 보여 주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재미와 협동심을 부각할 수 있는 4분짜리 뮤지컬을 하기로 했다. 분분했던 의견을 잘 종합한 것.

이때 면접관이 한마디했다. “왜 다들 개인 과제는 안 하는 거죠?” ‘그게 남았구나.’ 얼굴들이 노래졌다.

○이유 있는 이색 면접

이번 면접의 목적은 복잡한 과제를 당황하지 않고 순서대로 처리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파트장은 “퍼즐을 준 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지, 퍼즐 맞추기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퍼즐을 완성한 팀에 가점을 하긴 하지만 대화 없이 퍼즐만 했다면 팀 작업에 적합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날 오후 2시에 있었던 조별 토론.

주제는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까’였다. 30분간 토론이 진행될 무렵, 면접관이 끼어들었다. “지금부터 영어로 말하세요.”

한 응시생은 “갑자기 영어로 하려니 주제도 생각이 안 났다”며 안타까워했다.

면접 마지막 날인 9일 저녁, 연수원 강당에선 이틀 동안 응시생 230명의 활동상황을 담은 비디오가 상영됐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훌쩍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김 씨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라”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우리은행은 29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면접 프로그램과 평가 내용
프로그램평가 내용
단체 과제(퍼즐맞추기 등)와 개인 과제(판매전략 수립) 동시 부여일의 중요도를 따져 순서대로 처리할 수 있나
토론 중에 갑자기 영어로 토론하라고 주문돌발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나
금융상품 안내서 제작 금융을 이해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송수신인적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나
팀별 공연(펀 페스티벌)협동해서 재미있게 일할 준비가 돼 있나
자료: 우리은행

안성=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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