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거리 한복판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큰 소리로 ‘타임 세일’이라고 외쳤다.
100평이 넘는 매장 안은 신나는 음악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직원들은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고객의 흥을 돋우었다. 어른 키 높이의 진열대에는 30여 브랜드의 수백 가지 신발로 가득했다. 이날 하루 1만 명에 가까운 고객이 이곳을 찾았다.
ABC마트는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스포츠 브랜드와 반스, 호킨스 등 자체 브랜드를 한데 모아 파는 신발 전문 대형 멀티숍.
2002년 12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1호점을 낸 뒤 4년 만에 100평 이상 규모의 직영점 23곳과 백화점 내 6개 매장을 열며 급성장했다.
○ 가격 파괴, 인사제도 파괴
안영환 사장은 “아무리 잘 팔리는 신발이라도 출시된 지 2, 3개월만 지나면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대폭 낮춰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유행에 민감한 10, 20대 고객을 잡기 위해 신제품을 최대한 빨리 선보이겠다는 것.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26세. 하급 직원이라도 학력과 경력에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지점장이 될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파괴했다.
한 달 평균 1000켤레의 신발을 팔아 입사한 지 3년 만에 지점장이 된 추신애(28) 경기 성남시 분당점장을 비롯해 20대 지점장이 여러 명이다.
○ 박수, 게릴라, 셀프…독특한 마케팅
젊은 직원들이 고안해 낸 마케팅도 파격적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점은 ‘무인 판매’ 마케팅을 도입했다. 판매원 없이 고객이 알아서 신발 사이즈와 디자인, 색상 등을 고르는 대신 가격을 대폭 낮췄다. 이를 통해 월 매출을 5% 늘릴 수 있었다.
김범래 마케팅팀장은 “10, 20대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유행 신발에 대한 사전 지식이 풍부해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사람의 심장 박동보다 약간 빠른 템포로 박수를 쳐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박수 마케팅’, 직장인 고객을 겨냥해 점심시간에 할인 행사를 하거나 판매가 더딘 시간대에 기습적으로 세일을 하는 ‘게릴라 마케팅’은 ABC마트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보상판매 마케팅, 공동구매 마케팅 등은 후발 멀티숍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톡톡 튀는 판매 기법이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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