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정무특보로 활동 중인 이 전 총리는 이날 대전 한국토지공사 연수원에서 열린 ‘친노(親盧)’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 회원 워크숍 특별강연에서 최근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보면 (부동산시장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안정되게 관리되고 있고, 그 일부 지역도 (지금 같은 현상이) 오래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지역’의 부동산 폭등에 대해 “옛날처럼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기 어려워 공급이 줄어들었고 현 정부 초기 인허가 물량이 적어 개발 예정지나 투기 상품이 많은 지역 중심으로 일시적인 ‘미스 매칭’(수요 공급 불일치)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사는 (서울) 관악구는 이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서울과 경기 상당수 지역도 그렇다. 일부 지역에서 그런 현상이 생기는 데에는 부동산 세력이 간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화살을 부동산 세력에 돌렸다.
특히 아파트 값 폭등에 대해 그는 “아파트 투기라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용어인데 이게 말하자면 불로소득”이라며 “성장 과정에서 유동성자금이 500조 원 가까이로 늘었는데 이 자금이 조금만 옮겨 다녀도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그는 “일부 지역의 가격 과잉은 일본처럼 반드시 보정하는 기간이 오고 그때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총리는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세율 등 구조적인 문제를 고쳤기 때문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다만 한꺼번에 세율을 바꾸지 못해 점차적으로 조정하는 중인데 그걸 ‘세금 폭탄’이라고 이야기하니 국민이 혼란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의 주장에 대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부동산 문제는 항상 국지적으로만 일어난다”며 “지금은 과거와 달리 인기 지역이 아니었던 곳까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이 불안한 모습이고 서민들이 부동산정책에 만족하지 않는 게 분명한 사실인데도 부동산 세력이나 언론 탓을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전 총리의 발언을 소개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가장 안정된 정부에서 집값이 하루 새에 몇 억 원이 오르느냐. 제발 잘난 체하지 말고 두 손 들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ID om3000) 등 비난 댓글이 많이 올랐다.
한편 이 전 총리는 내년 대선과 관련해 “제가 선거를 많이 치렀는데 선거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이긴다”며 “364일 이기고 마지막 하루 소홀하면 진다. 그렇게 진 사람이 여럿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 정부는 역대 정부 중 시스템상으로 가장 안정된 정부”라며 “역대 어떤 정부보다 안정돼 있는데, 반대는 크게 보도되고 정부는 홍보를 못 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억울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열린우리당 김형주 유기홍 이광철 김태년 의원과 참정연 회원 300여 명이 참석했다.
대전=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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