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없는 규제 ‘풍선효과’ 재건축 아파트값 2배로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1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사원아파트. 재건축 대상인 이 아파트 50평형의 가격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2월 9억10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이달 8일에는 21억7500만 원으로 12억6500만 원(139.0%)이나 뛰어올랐다.

역시 재건축이 예정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62평형은 같은 기간 13억6500만 원에서 26억 원으로 12억3500만 원(90.5%) 상승했다. 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은 5억6500만 원에서 12억7500만 원으로 7억1000만 원(125.7%) 올랐다.

현 정부는 그동안 재건축 가능연한 강화, 소형주택 의무비율 확대, 기반시설부담금 신설 등 4.5개월에 한 번꼴로 10건의 재건축아파트 규제를 쏟아냈다. 하지만 ‘약발’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 두 배로 뛴 재건축 아파트 값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는 2003년 2월부터 이달 8일까지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서울 경기 인천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653개 평형의 시세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이 기간 이들 아파트의 평당 평균 매매가는 1373만 원에서 2871만 원으로 109.1% 올랐다.

전문가들은 잇단 규제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폭등한 것은 해당 규제를 피한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리는 ‘풍선 효과’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서 부풀어 올랐다는 것.

실제로 올해 3월 30일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조치가 발표되자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 개발부담금을 피할 것으로 예상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1단지 13평형은 5억5000만 원에서 발표 후 한 달 만에 6억1500만 원으로 급등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개발이익환수제가 적용되는 인근 고덕주공2∼7단지로 확산돼 정책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 ‘풍선 효과’로 규제 약발 안 먹혀

전문가들은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로 서울 강남권 등 땅이 부족한 도심지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사실상 재건축밖에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수록 공급이 줄어들어 그만큼 기대 이익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에 재건축을 할 수 있는 단지의 가격은 폭등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에 재건축 규제 완화도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 원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외면하고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를 짓는 정책은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재건축 규제를 푸는 것은 불붙은 아파트 값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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