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은 현대사회에서 조직이 요구하는 인재상을 ‘T자형 인재'로 정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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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신입사원 유정필 씨 “첫 출근 사원증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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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자형 인재란 자신의 전문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까지 폭넓게 아는 유형을 뜻한다.
자기 분야는 잘 알지만 나머지는 모르는 ‘I자형 인재’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T자형 인재를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다른 분야의 지식뿐 아니라 포용력과 문제해결 능력, 자기계발 노력까지 갖춘 창의적 인재라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T자형인 인물은 드물다. 교육과 환경의 뒷받침을 통해 만들어진다.
조직창의성 분야의 전문가인 앤 커밍스는 “4개의 C, 즉 공감(Compassion) 상상력(Conception) 논쟁(Controversy) 열정(Commitment)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4C는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창의성이 존중되는 분위기에서 길러진다.
전문가들은 '즐거운 일터’야말로 4C를 보장하는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 시대에 ‘펀 경영'이 각광받는 이유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사원을 채용할 때 유머 감각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는다. 인생에서 즐거움을 모르면 일도 즐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컨설턴트인 게일 하워턴 역시 “함께 노는 팀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에서도 펀 경영은 요즘 최고의 화두다.
최고경영자(CEO)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펀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원들이 일터에서 재미와 보람을 찾도록 배려한다.
인재의 기를 살려주는 기업들의 다양한 펀 경영 세계를 소개한다.
칭찬은 고래는 물론 회사도 춤추게 한다
○ 칭찬은 비타민보다 영양가가 높다
라디오 방송의 이벤트가 아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협의회가 올 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랑의 피자 배달’이다. 사원들이 직접 칭찬하고 격려하고픈 동료에 대한 사연을 보내면 대상자를 뽑아 피자와 음료수를 배달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칭찬의 비타민’도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업무와 관련된 것은 물론 동료의 남모르는 선행이나 자기계발 노력도 칭찬할 수 있다. 칭찬 포인트가 쌓이면 꽃이나 상품권 등 다양한 선물이 해당 사원에게 전달된다. 말 그대로 일터의 활력소, 비타민이다.
LG전자의 평택 디지털파크에서 자라고 있는 ‘칭찬 나무’도 눈에 띈다.
사내에 심어둔 나무에 사원들이 평소 고맙거나 자랑스러운 동료에게 전하는 말을 메모지에 적어 매단다. 세 그루의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칭찬 열매는 한 달에 한 번 수확해 선물과 함께 당사자에게 전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요즘은 빼먹으면 아쉽다는 게 사원들의 반응.
제일기획은 사내 방송을 통해 ‘칭찬 릴레이’를 운영한다. 사회봉사와 자아개발에 적극적이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업무에 도입한 직원을 매달 1, 2명씩 소개한다. 여기에 뽑힌 사원은 다음 달 칭찬받을 동료를 추천해 릴레이를 이어간다.
제일기획의 윤문재 인사팀장은 “무한경쟁 속에 사라져가던 끈끈한 동료애를 살리면서 모든 임직원이 신바람 나는 회사로 느끼는 소중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동료의 웃음을 서로 칭찬해주는 콘테스트도 있다. 현대택배는 수시로 웃음사진 콘테스트를 열어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을 공유하고 칭찬도 하며 활기찬 직장 분위기를 만든다.
○ 건강한 체력 속에 웃음이 깃든다
아프면 웃음도 안 나온다. 몸이 건강해야 일도 즐겁다. 펀 경영의 기본은 ‘참살이(웰빙) 일터’ 만들기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기업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비만극복 펀드’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을 동료와 함께 이겨내는 프로그램. 5개월간 체지방률 5% 감소에 회사가 지원금을 걸어 성공한 사람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동료들이 서로 돕고 격려하기에 직장 분위기도 좋아진다.
300여 명의 임직원이 참가하는 몸짱 줄넘기 대회나 금연 펀드도 비슷한 맥락의 프로그램. 술자리보다는 스포츠로 회식을 대신하는 문화 캠페인도 최근 인기다.
동가족일체(同家族一體)…동료와 가족은 하나
아침밥을 먹는 것은 건강의 지름길. SK텔레콤은 아침을 거르는 직원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아침을 먹는다(Early Bird Catches the Breakfast)’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른 시간에 열리는 회의 참석자는 물론 업무 시작 전 외국어강의를 듣거나 운동을 하는 직원들이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다. 사내 중국어 강좌를 듣는 원홍식 매니저는 “강의가 끝난 뒤 동료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니 사무실 분위기도 흥겨워진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파워스킨 다이어트 펀드’와 ‘설록차 금연 펀드’도 건강을 장려하는 펀 경영이다. 다이어트로 푸석해진 피부 보호를 위해 화장품을 선물하고 목표 체중만큼 빼면 상품권 등을 준다. 금연 동료에게 녹차를 선물하고 성공하면 선물과 펀드 분배금을 나눠준다.
홍보대행사 프레인은 ‘휴식 만한 보약은 없다’는 취지로 건물 지하에 복합문화공간을, 옥상엔 잔디밭 정원을 만들었다. 지하에는 하루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당구장 노래방 침실이 마련됐다. 옥상은 잔디에 앉아 쉬거나 와인 또는 삼겹살 파티 장소로 이용한다.
○ 가족만큼 중요한 동료
그러나 신입사원에게 직장은 낯설고 어렵다. 현대자동차는 회사 적응이 힘겨운 신입사원들을 위해 후견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유능한 선배를 후견인 겸 코치로 붙여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월 1회 이상 정기모임을 갖도록 하고 식사나 공연관람을 함께할 보조금도 준다.
올해 입사한 백병욱 씨는 “선배와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며 거리감을 좁혔고, 실수담이나 노하우를 들으며 자신감도 얻었다”고 소개했다.
대웅제약은 사원 가족이 함께 하는 체험놀이 프로그램에 반응이 뜨겁다. 2004년부터 매달 네 번째 주 토요일엔 사원 가족이 참여하는 건강 기체조, 마술교실, 도자기마을 여행 등의 행사를 연다. 직원의 회사 만족도를 높이고 가족들이 가장의 회사생활을 이해하는 기회도 된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정각에 퇴근해 귀가하는 SC제일은행의 ‘패밀리데이’는 직장인의 활력은 가족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사례. 직원 가족들의 감사 인사가 끊이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에는 명절이 되면 최고경영자 (CEO)가 하루 종일 현장을 돌며 사원들을 격려하는 전통이 있다. 업무 사정상 명절을 가족과 보내지 못하지만 동료가 가족을 대신한다는 뜻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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