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건설업, 불도저형서 글로벌형으로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1분


《‘불도저형에서 글로벌형 인재로.’

시대의 흐름은 건설업계의 인재상도 바꾸어 놓았다.

건설업계가 전통적으로 선호해온 인재는 열악한 여건에 잘 적응하고

정해진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하는 불도저형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외국어 실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글로벌형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건설업계도 글로벌화라는 조류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업종 특성상 건설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자동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현장의 거친 분위기에 적응해야 하고

뚝심과 인내심, 추진력은 여전히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무게 중심은 이미 ‘글로벌 지수’가 높은 인재를 뽑는 쪽으로 옮겨갔다고 건설업계의 채용 담당자들은 설명한다. 현대건설 인재지원부 김연일 상무는 “최근 중동 건설 붐 등의 영향으로 해외 비중이 크게 늘었다”며 “외국어 능력을 비롯해 글로벌 지수가 높은 인재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건설업체들은 채용 과정에서 어떤 점에 역점을 두는지 짚어봤다.》

▼현대건설▼

현대건설에 입사하려면 영어 인터뷰와 두 차례에 걸친 면접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원어민과 10분 정도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는 영어 인터뷰는 ‘종합 세트형’으로 진행된다.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 입사 후 포부 등은 기본. ‘한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장단점은 무엇인가’ 식의 질문에 능숙하게 답변하는 게 중요하다.

회사 관계자는 “쉽게 준비할 수 없는 시사적인 내용을 당황하지 않고 얼마나 논리적으로 표현하는지, 의사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면접전형은 실무진 면접과 임원 면접으로 이뤄진다.

부장, 차장급이 면접관으로 나서는 실무진 면접은 압박형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 대학 전공과 지원한 직무에 대한 지식을 중심으로 사회활동 경력 등을 평가한다.

임원 면접은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이 참여하는데 ‘현대 맨’의 전통적인 강점으로 꼽히는 희생정신과 패기, 우직함을 검증하는 인성 면접의 성격이 강하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서 초대형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가 예상되고 있어 관련 분야에 관심과 능력이 있는 인재를 더욱 많이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입사전형은 면접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원 면접, 영어 인터뷰, 프레젠테이션 면접, 집단토론 등 모두 4번의 면접을 거쳐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특정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각각 다른 장단점을 지닌 콘크리트 업체 3, 4곳이 제시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업체를 협력업체로 선택할 것인지 발표하는 식이다.

집단토론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평가. 4∼6명이 한 조가 되어 50분간 ‘흡연 인구를 줄이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같은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영어 인터뷰는 원어민 2명과 지원자 4명이 동시에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약 30분간 진행된다. 4명이 모두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토론을 하는 공통 질문은 주로 시사성이 높은 내용이며 개별 질문은 개인적인 사항 위주로 이뤄진다.

특이한 점은 영어 인터뷰에 과락이 있다는 사실. 다른 평가에서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아도 영어 인터뷰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최저 등급을 받으면 불합격 처리된다.

▼ 금호건설▼

금호건설은 대기업으로는 드물게 신입사원 채용에서 한자 필기시험을 실시한다.

이 회사는 전통적으로 한자 능력을 강조해 왔다. ‘중국의 시대’에 대비한다는 의도가 강하지만 한국이 한자문화권인데도 한자에 약한 젊은이가 많은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뜻도 있다.

20분간 치러지는 한자 시험에는 50여 개의 문제가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출제된다. 한자 검정능력시험 3급 수준이다. 집단토의와 역량면접도 중요한 전형.

6∼8명이 한 조로 구성되는 집단토의는 주제에 대해 각자 자기 소견을 발표한 뒤 15∼20분간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금호건설 인사팀 김명찬 과장은 “집단토의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적절히 인정하거나 반박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역량면접은 직무와 관련된 가상 상황을 제시한 뒤 이에 대해 지원자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보이는지를 평가한다.

▼ SK건설▼

SK건설은 신입사원이 갖춰야 할 ‘기본’을 중시한다.

특히 자기소개서를 까다롭게 본다. 따라서 자기소개서의 각종 항목을 빈칸 없이 채우는 게 중요하다. SK건설에 대한 관심도와 입사 후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발휘하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게 좋다.

별도의 영어 인터뷰는 없다. 그러나 다른 건설업체와 마찬가지로 영어 능력은 이 회사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고려하는 핵심 포인트 중 하나다.

지원자들은 필기전형에서 영어 시험인 ‘지텔프(G-Telp) II’를 봐야 한다.

실무진 면접과 임원 면접에서도 영어로 자기소개, 입사 후 포부, 지원 동기 등을 말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면접관이 중간에 영어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중동과 중국을 비롯해 해외사업이 늘어나고 있어 제2외국어 능력과 해외거주 경험은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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