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8일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에서 열린 LG전자의 채용설명회.
채용 담당 임원은 LG전자가 원하는 인재상을 소개하면서 이런 말을 던졌다.
기업의 채용설명회를 다녀 보면 으레 들을 수 있는 말. 진부하다고 느낀 참석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정필(29) 씨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왔다. ‘진정한 미래’라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채용설명회에서 강조된 ‘도전’과 ‘승부 근성’, ‘독함’ 등의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단순히 비전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제 마음 속에 ‘비전을 심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LG전자를 향한 유 씨의 짝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2006년 5월 11일
“넥타이 사업을 하려는 데 전략기획서를 어떻게 작성할지 말해보세요.”
3차 면접장에 들어서면서 질문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각오는 했다. 그런데 강신익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 부사장의 질문은 예상을 한참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당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넥타이 사업은 LG전자와 어울리는 주제가 아니었다. 말문이 터지기 전까지 흐른 몇 초의 공백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연령대가 다양한 소비자 10명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청년층, 중년층, 장년층, 노년층은 넥타이를 구매하려는 의도와 횟수가 다릅니다. 시장 조사를 통해 이들의 수요를 파악한 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차지하는 비율을 감안하면 시장 크기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찜찜했다. 1차 면접(전공 및 영어면접)과 2차 면접(인성 면접)은 여기에 비하면 어려운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LG전자와 경쟁관계인 다른 업체도 아른거렸다. 그는 LG전자에 입사하기 위해 이미 합격 통보를 받았던 그 회사를 마음속에서 지운 터였다.
○ 2006년 7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 첫 출근 날 기분은 ‘황홀했다’. 면접 때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니던 LG전자 임직원들을 보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과연 저 사원증을 목에 걸 수 있을까.’
5월 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뒤 첫 출근 전까지 집중적인 연수를 받았다. 2주간의 오리엔테이션과 한달여의 직무 교육이 끝난 뒤 발령받은 부서는 한국마케팅부문의 시장기획그룹. 유 씨는 엑스캔버스 TV나 트롬세탁기 같은 LG전자 제품의 가격 조정과 관련된 업무를 맡았다.
“신제품을 개발하면 가격을 책정하죠. 그런데 가격을 정하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회사가 원하는 가격과 소비자가 바라는 가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간극을 합리적으로 좁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겁니다.”
회사 적응은 의외로 쉬웠다. LG전자 특유의 ‘멘터링 시스템’ 덕분. 선배가 멘터(mentor·후견인)가 되어 직장 생활에 대한 조언과 격려는 물론 인생 상담까지 해준다.
○ 2006년 10월 23일
유 씨가 작성한 ‘LG전자 가격 전략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제안서가 LG전자의 사내정보시스템에 올랐다.
처음엔 제안서를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제안서는 지식의 수준과 고민의 깊이, 아이디어의 참신성 등을 스스로 공개하고 회사의 모든 구성원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부서의 상사가 “겁먹지 말고 한 번 해보라”며 유 씨를 격려했다.
“실무 경험 3개월 남짓한 ‘초짜’ 사원에게 기회를 주는 것에 놀랐습니다. 아니, 당혹스러웠죠. 두렵기도 했어요.”
그래도 의욕이 생겼다. 멋진 작품을 올려보고 싶었다. 가격책정 이론에 대해서는 입사 직후부터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최신 논문을 구해 읽으며 실력을 다졌고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은 대학교수에게 틈틈이 조언도 들었다.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안서에서 대안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문제점까지 낱낱이 지적했으니…. 그런데 칭찬하고 격려하는 내용의 ‘댓글’이 잇따라 오르더군요. ‘아! 회사가 나를 이렇게 키워주는구나’ 하고 느꼈죠.”
○ 2006년 11월 6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사내 교육시스템에 접속해 영어 강의를 들었다. 이어 15분간 원어민과 전화로 영어회화를 하는 교육도 받았다.
“올해부터 사내 문서를 영어로 작성하기 시작했고 2008년에는 ‘사내 영어 공용화’가 이뤄지거든요.”
입사할 때부터 영어회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특히 대학 학부과정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전공과목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 덕분이다. 그는 한동대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했고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내에 ‘공부하는 문화’가 있어요. 임원들도 ‘부하 직원보다 아는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회사를 떠나라’는 말을 자주 하거든요.”
그가 요즘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경영학석사(MBA) 지원 프로그램. 앞으로 실무 경험을 더 쌓은 뒤 해외에서 MBA를 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 후 해외근무를 통해 LG전자의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3차 면접에서 한 임원이 ‘당신의 꿈은 LG전자의 꿈과 함께 커가는 것’이라는 말을 들려줬습니다.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몰랐죠. 지금 저는 LG전자와 결혼해 제 꿈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고난이 와도 당당히 맞서는 열정▼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LG전자는 어느 기업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 회사의 인재상은 열정과 실행력, 전문 역량을 갖춘 ‘라이트 피플(right people)’이다. 끈질긴 승부 근성과 열정을 갖고 ‘스마트’하게 일하는 사람을 원한다.
주어진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사람,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당당히 맞서서 강단있게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라이트 피플이다. 또 글로벌 감각과 전문적인 직무 지식,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
대체로 이런 사람은 몸에 성실성이 배어 있다. 몸의 건강을 유지해 최상의 상태에서 열정을 발휘할 자세가 돼 있다. 자신의 일을 능동적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채용 때 이런 사람에게 눈길이 자주 가기 마련이다.
아울러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팀워크를 우선시하는 태도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LG전자는 이런 인재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이트 피플이 더 높은 목표를 세워 맘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해외근무 기회를 주고 있다. 또 사업 성과에는 반드시 보상이 뒤따르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김영기 LG전자 인적자원(HR) 부문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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