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원 규모의 국내 제지 시장은 생산량이 세계 8위지만 소비자 마케팅과는 거리가 멀었다. 브랜드보다 가격 중심으로 수요가 움직이면서 마케팅 활동의 필요성을 별로 못 느꼈기 때문.
그러나 최근 범용지보다 특수지 및 고급지 수요가 늘어나고, 경기 하락에 따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마다 다양한 마케팅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 회사이름-이미지 변경 잇따라
신호제지는 11월 초 사명(社名)을 ‘이엔(EN)페이퍼’로 바꾸고 새 CI를 발표했다. 지구(Earth)와 자연(Nature)에서 따온 것. 국일제지와의 오랜 경영권 분쟁으로 실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신무림제지도 올 7월 회사명을 ‘무림페이퍼’로 바꾸고 CI를 발표했다. 다리를 형상화한 CI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다”는 의미다.
한국제지는 올 3월 복사지 전용 생산설비를 준공하면서 ‘하이퍼CC’라는 프리미엄 복사지 브랜드를 적극 알리고 있다. 이 업체는 이에 맞춰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내보내 경쟁업체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 고객 밀착 마케팅 활발…홍보·기획전도 봇물
올해 초 ‘고객 밀착 경영’을 선언한 한솔제지는 9월 온라인 커뮤니티 ‘Hi-Q’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인쇄 출판 디자인 종이 관련 최신 뉴스와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무림페이퍼의 임직원들은 서울 중구 충무로와 을지로에 있는 인쇄 및 출력업체를 수시로 찾아 업체 사장들에게 무료 점심식사를 제공하거나 거리 청소, 영화 시사회를 열고 있다.
특수용지 전문회사인 삼화제지는 8월 을지로에 ‘삼화 페이퍼 갤러리’를 열었다. 제품 전시뿐 아니라 종이를 주제로 한 테마전시회도 연다. 개관 기념으로 광고사진 전시회를 연 데 이어 현재는 디지털 컬러인쇄 기법으로 뽑은 인쇄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는 목적이 크다.
원화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수출이익이 줄고, 제조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펄프 가격은 올라가면서 주요 제지업체들은 올해 들어 줄줄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거나 대폭 줄었다.
대신증권 안상희 수석연구원은 “원화가치 강세로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내수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제품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