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전문가, 한국경제 비관론 잇따라

  • 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는 ‘정책 마비(Policy Paralysis)’라고 월가의 저명 경제전문 칼럼니스트가 진단했다.

블룸버그뉴스의 아시아태평양담당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 씨는 14일 ‘한국,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위험에 직면하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블룸버그뉴스에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집권 이후 경제에서 초라한 점수를 받아 왔다”며 “지지율 부진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내분까지 겹치면서 정부는 기업 활동을 촉진하지 못하고 소비자 신뢰도 높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고유가, 원화가치 상승에다 부동산 문제까지 겹치면서 사상 유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값은 지난달 1.5%나 뛰어오르면서 2003년 10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보여 “부동산 버블이 아니다”라는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무색하게 했고, 중앙은행 총재의 입에서조차 “집값 상승이 걱정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는 것.

페섹 씨는 “부동산 값 폭락은 경제도 함께 침몰시킬 것”이라며 “중국이 과열 진정에 나서고 미국 역시 수요가 둔화되는 시점에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면 타이밍은 최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어려움에 빠지지 않으려면 현 정부는 높은 근로 의욕과 교육 수준, 기업의 대외 경쟁력 등 한국 경제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렇지만 문제는 이것이 별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big ‘if’)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불안한 성장’의 늪

한국 경제가 앞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적인 기업 컨설팅 업체인 AT커니의 폴 로디시나 회장은 1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한국CEO포럼 주최로 열린 ‘2006 CEO포럼’에서 “앞으로 한국경제는 위기, 불안한 성장, 제2의 기적 등 3개 시나리오로 움직일 수 있으며 이 가운데 ‘불안한 성장’을 할 가능성이 60∼70%”라고 예상했다.

로디시나 회장은 비관적 관측의 근거로 한국에 가중되고 있는 국방비 부담과 고령화 문제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국방비 부담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추락할 확률도 다소(10∼15%)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로디시나 회장은 “중국 경제가 침체되면 한국 경제도 동반 추락할 수 있다”며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강성 노조까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경우 한국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20∼25%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의 군사적 갈등이 완화되고 우수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지식산업을 발전시킬 경우 한국은 다시 한번 경제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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