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 부동산 대책의 배경과 의미

  • 입력 2006년 11월 15일 14시 00분


참여정부가 집값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8번째 부동산 중요정책은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공공택지 조기공급 및 물량 확대, 분양가 20~30% 인하가 뼈대다.

이번 정책은 그동안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이라던 8.31 정책 발표후 1년3개월만, 8.31후속조치인 3.30대책후 불과 8개월만이며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서 향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배경 = 정부가 이번에 새롭게 대책을 마련하게 된 것은 8.31, 3.30대책으로도 잡지 못하는 집값급등세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공급확대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강박감에서 비롯됐다.

3.30 대책과 버블논란으로 4월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집값은 8월말부터 시작된 전세난과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 책정으로 잠잠하던 주택 대기수요층을 자극, 수도권 전역으로 상승세가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평당 1800만원 대에 책정된 판교 중대형 주택과 시세보다 300만~500만원 높게 결정된 파주 한라비발디, 은평뉴타운의 분양가는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잠잠하던 주변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낮은 금리와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자금, DTI 규제를 피한 금융권의 편법 대출, 차기 정권의 세제 및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 등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민은행의 월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과천은 10.2%나 급등하는 등 전국 집값이 3년 5개월만에 최고치(1.3%)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추병직 장관이 신도시 추가개발, 다세대.다가구 일부 규제완화 등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상승분위기를 탄 집값은 오히려 이를 호재로 인식, 신도시 예정지인 인천 검단지역의 시장마저 수요 폭증을 부채질하고 말았다.

여기에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의 '8.31대책 실패' 발언과 정문수 경제수석보좌관의 '부동산 비전문가' 발언이 가세하면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노무현 대통령이 나섰다.

노 대통령은 이달초 국정연설문을 통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부동산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대책마련을 지시, 공급확대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의미 = 정부는 이번 대책을 준비하면서 언론에 '대형 발표'가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8.31, 3.30 대책을 통해 굵직한 정책수단을 모두 내놓은 상태에서 공급확대외에는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과 추가 대책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을 경우 가뜩이나 바닥까지 추락한 부동산시장 관리 능력을 더이상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고분양가 논란, 전세난으로 촉발된 서울 일부지역의 가격 급등이 수도권 전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이로 인한 무주택 서민들의 정부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나오는 이번 정책은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대책의 의미는 일단 정부가 수요관리 정책에서 벗어나 공급확대로 정책방향을 전환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시장안정을 위해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확대 공급과 재건축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에 대해 '투기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건설족들의 주장'이라고 폄하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책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에도 불구,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그나마 정부가 시장의 거역할 수 없는 흐름에 몸을 실었다는데 포인트를 둔 것이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이와관련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내년중 신도시 한곳을 추가로 발표하고 필요하면 매년 한곳씩을 확보해서라도 공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주택공급확대 노력은 이제 시작인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두번째는 서민 및 수도권 무주택자들에게 중장기적으로 많은 집을 싸게 공급한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전달한 점이다.

공공택지 분양가는 정부의 원가연동제 도입,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 시행 등 각종 대책에도 불구, 높은 보상비와 복잡한 사업절차, 입주민의 과도한 기반시설 설치비용 분담으로 꾸준히 분양가가 높아졌다. 판교 예상분양가 사업초기 평당 400만원대에서 800만원, 1000만 원으로 올라가다 결국 1200만원 대에서 결정된 것이 단적인 예다.

택지개발처리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반시설 비용 국고분담 확대, 보상비 체계 개편 등을 통해 현재보다 24%+α의 범위까지 중소형 주택의 분양가를 낮춰 싸고 저렴한 주택을 확대 공급하기로 한 점은 일단 희망적이라는 평가다.

물량증가폭이 기대에 못미치기는 하지만 분양시기를 앞당긴다는 부분도 집을 사지 못해 안달이 난 서민들에게 심리적인 위안감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보인다. 공공택지내 분양주택의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을 경우 청약과열 등의 우려요인은 있지만 당장 매수대기자들의 조급증은 상당폭 완화될 전망이다.

◇과제 = 하지만 이번 대책 수립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시장 관리 능력은 실추된 위상을 회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결정라인이 청와대에서 재정경제부로 바뀌고 주택 확대정책에 딴죽을 걸어온 환경부가 새 멤버로 참여했음에도 불구, 부동산 가격급등의 가장 큰 원인중 하나인 금리, 무분별한 대출금융관행에는 크게 손을 대지 않았다.

또 거래를 사실상 마비시키다시피한 종합부동산세 중과, 양도소득세제 강화, 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 방안 등은 전혀 논의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급물량을 늘리기 위해 주거여건 악화 등 뚜렷한 대비책 없이 2~3년전에 묶어뒀던 다세대.다가구 주택 및 오피스텔 규제를 일부 풀어주고 서울시 등 지자체가 반대하는 주상복합 아파트에서의 아파트 비중을 확대키로 한 부분은 이번 대책이 얼마나 급하게 만들어졌는지를 가늠케 한 대목이다.

고분양가의 원인인 민간 분양가 인하방안을 분양원가 공개와 함께 제도개선위원회에 넘긴 점과 공급이 위축된 민간 주택 건설 활성화 대책이 제한적으로 이뤄진 점, 분양가 인하에 따른 청약과열에 대비한 투기방지책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관련 "기조는 8.31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서 필요한 대책을 보완해 나간다는 것"이라며 "일단 매주 관계부처가 시장동향을 주시하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 추진 일지

▲2003년 5월23일 정부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 발표

분양권 전매금지 수도권 전역, 충청권 일부 확대

투기지역 내 주상복합.조합아파트 분양권 전매 금지

▲2003년 9월5일 정부 <9.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 발표

재건축 중소형 60% 건설 의무화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2003년10월29일 정부 10.29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장기공공임대주택 150만호 건설 추진

판교,화성,김포,파주 등 4개 신도시 19만호 공급

광명.아산 등 고속철도 역세권 개발

투기과열지구 6대광역시와 도청소재지로 확대해 분양권전매금지

개발부담금 수도권에 지속부과

300세대 미만 주상복합 청약자격 제한

재건축아파트 개발이익 환수

주택거래허가제 도입

토지거래허가면적 강화

▲2005년 2월17일 건설교통부 <판교 투기방지대책> 발표

판교신도시 분양가 상승 억제 위한 채권입찰제 실시

청약통장 불법거래행위 현장 집중단속

강남 등 6개 주택거래신고지역 신고실태 조사

▲2005년 5월4일 재정경제부 <부동산 5.4대책> 발표

부동산 보유세율 단계적 강화

1가구 2주택자 양도소득세 실가과세

▲2005년 6월17일 당정청, <부동산대책 백지상태서 재검토> 결의

대통령 주재 부동산정책간담회

공동기획단 구성, 종합부동산 대책 마련

판교신도시 25.7평 초과 택지 공급절차 유보

▲2005년 6월30일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거래당사자 또는 중개업자 부동산 거래시 실가 신고 의무화

▲2005년 7월3일 청와대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제도 만들 것"

-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언론과의 인터뷰

▲2005년 7월6일 <부동산종합대책 1차 당정협의>

강남, 분당, 판교신도시 등 수도권 전역 중대형 아파트 공급확대

강남지역 등지 재건축 규제완화 검토

▲2005년 7월13일 <부동산종합대책 2차 당정협의>

보유세부담상한폐지 검토

종부세 과표기준 9억→6억원

보유세 실효세율 조기 현실화

▲2005년 7월20일 <부동산종합대책 3차 당정협의>

기반시설부담금제 내년 상반기 시행

강북지역 광역지구 지정, 공영개발 방식 개발

수도권 주변 정부 보유토지 택지로 개발,

서민용 주택, 중대형 아파트 공급물량 확대

▲2005년 7월27일 <부동산종합대책 4차 당정협의>

연기금 참여 통한 민간임대주택 건설 추진

임대.분양용지 혼합매각 방식 도입

▲2005년 8월3일 <부동산종합대책 5차 당정협의>

판교 신도시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 원가연동제 적용

채권입찰제 재도입

▲2005년 8월10일 <부동산종합대책 1차 공청회>

▲2005년 8월12일 <부동산종합대책 2차 공청회>

▲2005년 8월17일 <부동산종합대책 6차 당정협의회>

나대지 세대별 합산과세,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중과,

개발부담금제 부활

▲2005년 8월24일 <부동산종합대책 7차 당정협의회>

강남 중대형 대체 수도권 내 국공유지 200만평 택지개발

공공택지내 중대형 주택 공급비율 상향 추진

보유세 실효세율 1%로 조기합리화,

주택가격에 따른 보유세 누진율 조정

▲2005년 8월31일 <부동산종합대책 8차 당정협의회>

정부 8.31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9억원에서 6억원으로 강화

1가구2주택 양도세 50% 중과

실거래가 등기부 기재

강북뉴타운 광역 개발 지원, 판교신도시 공영개발

▲2006년 3월30일 정부 <3.30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투기지역 총부채상환비율 40%로 규제

▲2006년 11월15일 정부 <11.15 부동산시장 안정화방안> 발표

공공택지 주택 12만5000가구 추가 공급

신도시 택지개발 1~2.5년 단축

공공택지 주택 분양가 25% 인하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대상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로 확대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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