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신노동연합(신노련)’ 권용목 대표가 ‘투쟁에서 벗어난 노동자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신노련의 목표와 운동방식에 대해 설명한 뒤 이어진 토론은 현대차 노조 집행부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 연례화된 정치파업에 지친 조합원들
현대차 노조 7선 대의원이자 민주노총 파견 대의원인 유병태 씨는 “오늘(15일)도 파업을 원하는 노조원은 거의 없었지만 지침이 내려오니 어쩔 수 없이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며 “다수의 노조원은 ‘현대차가 민주노총의 총알받이냐’고 분개하면서 정치파업에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원 김모 씨는 “노동자에게 파업은 최후의 보루인데 지금은 파업이 정례화된 행사처럼 느껴진다”며 “20여 년간 매년 파업을 하다 보니 임금협상이 끝날 때쯤 되면 파업을 안 하느냐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모 씨는 “파업 전에는 파업기간에 생산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재고가 쌓이지만 파업이 끝나면 재고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이 반복된다”며 “이를 보는 노조원들은 파업이 ‘의무방어전’처럼 사측과 짜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로 노조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 소수 강성 활동가 목소리가 다수의 목소리?
대의원 유 씨는 “이런 상황인데도 합리적 노동운동을 원하는 대다수 노조원이 10% 정도나 될까 말까 한 강성 노조 활동가들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노조원 최모 씨는 “노조가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노조원들을 존중하지 않고 목소리 큰 강성 활동가만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 노조 대의원인 류창걸 씨는 “집행부를 비판하거나 집행부와 다른 생각을 얘기하면 현장에서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분위기가 올바른 생각을 가진 다수 노조원의 입을 막아 일부 활동가의 생각이 전체의 생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류 씨는 또 “일부 강성 활동가가 회사 일부 경영진과 유착해 서로의 입지를 굳히면서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었다는 것이 노조원들의 일반적 생각”이라며 “다수의 의견을 듣지 않고 몇몇 활동가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노조운동을 주도하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했다.
○ 노조가 노동자들 일자리 잃게 만들어서는 안 돼
대의원 유 씨는 노조가 회사와의 마찰이나 사소한 문제로 컨베이어벨트 가동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중단하는 일이 잦다며 이런 식으로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현장을 투쟁적으로 이용하면 공장이 모두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회사가 앞으로 인도와 중국 등 해외에서 600만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성 노조 때문에 해외로 공장이 빠져나가면 결국 우리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며 노조가 스스로 고용을 망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노조원들은 “노조는 소중하지만 노조원의 생각을 듣지 않고 투쟁에만 골몰하는 노조를 신뢰할 수 없다”며 “노사가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일자리도 생긴다”고 입을 모았다.
○ 현장에서 왕따 안 당하게 해줄 수 있나
이날 워크숍에서는 신노련에 대한 노조원들의 요구도 쏟아졌다. 한 노조원은 “신노련은 노동자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회사가 바뀌지 않으면 강성 노조가 있을 때보다 고용이 더 불안해지는 것은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현장에서 노조원을 설득할 경우 노조 집행부에서 바로 대응하고 왕따로 몰 수 있어 홍보가 쉽지 않다”며 노조원 보호 방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우리만 변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업도 노동자 권익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도록 하는 작업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노련 주동식 홍보위원장은 “일일이 말할 수 없지만 6개 광역시에서 우리 운동에 공감하는 노조원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며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조직이 안정적으로 확대되면 이 같은 불안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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