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다른 기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3M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제임스 맥너니(현 보잉 회장)가 취임 후 던진 첫 질문이다.
자신을 슈퍼 인재로 성장시킨 GE식의 인재경영을 도입하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맥너니 회장은 3M에 있는 동안 리더십 개발기관과 리더십개발가속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3M의 핵심 인재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 10가지와 리더십 특성 6가지를 제시했다.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미래 청사진을 새로 그리는 데는 핵심 인재 양성만한 해법이 없다는 게 맥너니 회장의 처방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인재경영은 좋은 인물을 뽑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일단 뽑은 인물을 얼마나 훌륭한 인재로 키우느냐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한근태 교수는 “기업 인사 시스템의 무게중심이 핵심 인재의 ‘확보’에서 ‘양성’으로 옮아가는 추세”라며 “글로벌 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주요 기업을은 전 사원의 1~5%를 ‘핵심 인재군’으로 선정해 입사 5년차 정도가 될 때부터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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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학위 및 연수 과정, 리더십 아카데미, 지역 전문가 등 직급과 분야에 따라 교육 형태도 제각각이다.
국내외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지원해 주는 건 수많은 인재육성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양한 인재양성 교육을 통해 ‘인재만이 희망이다’를 실천하는 기업들의 인재경영 현장을 둘러봤다.
글=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인재로 크려면 일단 한국을 떠라나
○ 코리아를 떠나라
‘조국을 등져라.’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국외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표현한 모 대학 경영대의 광고 문구다.
많은 국내 기업이 핵심인재들을 외국으로 보내 이 말을 실천하고 있다.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 해외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선진 경영기법에 정통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한 것이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중국엔 ‘중국 사업 전문가 육성대학’이라는 별도의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여기선 먼저 중국어와 차이나 MBA(중국의 경제 정치 문화 관련 강좌)를 수강한다. 그 후 중국으로 가 지역전문가나 법인장 후보자 과정을 밟는다. 최종적으로는 칭화대의 MBA 과정을 이수한다.
LG화학 인재개발팀 박창헌 부장은 “앞으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에 대해서도 중국과 같은 집중 프로그램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무능력이 우수하고 부문장이 추천한 과장급과 부장급 사원 40, 50명을 매년 선발한다. 외국어 실력과 글로벌 감각을 키우는 게 목적인데 중국보다 미국에 무게 중심이 맞춰져 있다. 미래의 리더로 성장할 ‘떡잎(과장급)’ 대상 GMP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진행된다.
SK㈜ 관계자는 “핵심인재들이 젊었을 때부터 미국의 경영학 지식과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토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과장급 GMP는 전략 재무 마케팅 리더십 등 세부적인 분야에 포커스를 맞춘 경영학 강좌 위주로 진행된다. 또 현지 홈스테이가 필수다. 반면 부장급 GMP는 칭화대와 워싱턴대에서 언어와 경영학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
산업은행은 미국과 영국 일변도의 핵심인재 교육에서 탈피하려고 한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해외 학위 과정과 연수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해외 점포가 개설된 브라질 헝가리 우즈베키스탄, 향후 시장 전망이 밝은 태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 등에 핵심 인재들을 파견해 해당 지역의 전문가로 육성할 계획이다.
○ 우리가 최고다
내부의 인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핵심인재 교육을 실시하는 기업도 많다. 확실히 강점을 보이는 전문분야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가 꼽힌다. 이 회사의 핵심인재 양성 기관은 리더십 개발센터다. 과장급부터 임원급까지 직급별로 다양한 ‘비즈니스 리더 코스’를 운영 중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삼성매니저아카데미(SMA).’ 매년 업무성과가 우수한 50여 명의 수석연구원과 차장급을 선발한다. 교육 내용은 삼성맨이 갖춰야 할 리더십과 경영 경제 전반,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 이슈다. 교육은 한 달간 강도 높게 진행된다.
패션-매너에서도 인재가 되어라
임직원 사이에서는 회사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엘리트 교육 과정으로 인식된다.
리더십 개발센터의 김창형 차장은 “IT 산업과 리더십에 대한 교육은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며 “경영진과 직원 모두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유통 부문이 중심인 롯데의 핵심인재 양성 기관은 유통전문경영자과정과 유통대학원. 유통에 특화된 사내 MBA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유통전문경영자과정은 차장부터 이사급까지 중견 간부를 대상으로, 유통대학원은 과장급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재무 회계 마케팅 전략 인사 등 경영학의 주요 분야를 다루는데 유통에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이다.
롯데 홍보팀 이강훈 과장은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마땅한 유통 전문 프로그램이 없다”며 “현재는 롯데백화점의 임직원만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지만 앞으로는 그룹 내 관련 계열사 직원들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별 성적 우수자에게는 국내 대학과 연계된 MBA 프로그램이나 해외연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패션과 매너도 업그레이드
외국어와 경영 기법에만 능통하다고 핵심인재가 되는 건 아니다.
인재 업그레이딩 콘텐츠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다. ‘이미지 시대’에 걸맞게 최근에는 ‘이미지 교육’도 주목받는다.
이미지파워,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등 전문 이미지 컨설팅 회사에 직원들을 위탁해 이미지 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증권은 임원 승진자와 파트장 후보자 같은 ‘리더’들에게 인상학, 목소리 교육, 패션 노하우 등으로 구성된 이미지 컨설팅 과정을 받게 했다. 소득수준이 높은 고객을 담당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도 이미지 컨설팅 교육을 실시했다.
삼성증권 인재개발파트 정은영 과장은 “리더들은 고객과 직원에게 좋은 이미지와 신뢰감을 주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고 판단해 이미지 컨설팅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이미지 컨설팅 교육에서 ‘작지만 중요한 매너’를 강조한다.
이 회사는 이번 주부터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과장과 부장급 간부를 대상으로 이미지 컨설팅 교육을 실시한다. 외국인을 안내할 때 걷는 위치와 속도, 악수 매너, 명함을 주고받을 때의 시선과 손동작, 와인 매너, 음식 종류에 따른 테이블 매너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칠 계획이다.
○ 재미있게 가르치고 배운다
웅진코웨이의 ‘웅진어드밴스어브로드(WAA)’는 동아리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WAA는 마음 맞는 직원들끼리 자유롭게 모여 신사업 아이템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과정이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해외연수를 통해 구체화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에 WAA에서 제안된 태양광 사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올해 웅진에너지라는 계열사를 설립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부터 마케팅 부문의 직원을 대상으로 ‘브랜드 매니저 지식동아리’를 운영 중이다. 국내외 마케팅 전문가 초청 특강을 수시로 열고 글로벌 트렌드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외출장 기회를 준다.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아이디어 교환 행사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맥주를 마시며 회사의 마케팅 전략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여기서 좋은 반응을 얻은 아이디어는 실제 마케팅에 적용된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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