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이땅의 모든이에게 예술의 기쁨과 삶의 풍요로움을…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2시 56분


한화그룹은 2000년부터 불꽃축제를 열고 있다. 2002년에는 월드컵 공식 문화행사로 지정되는 등 성공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제공 한화그룹
한화그룹은 2000년부터 불꽃축제를 열고 있다. 2002년에는 월드컵 공식 문화행사로 지정되는 등 성공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제공 한화그룹
《“널 만나면 순수한 네 모습에 철없는 아이처럼 있었던 거야,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내겐 너무 행복한 너….”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의 아트센터 나비.

록밴드 ‘원밴’의 보컬 ‘광혁이어라’(가명)가 오프닝 무대에서 윤도현밴드의 ‘사랑2’를 불렀다.

‘광혁이어라’는 환호하는 관객들을 위해 다시 무대에 올라 앙코르 송까지 불렀다.

6월 첫 모임 때는 마이크 잡는 것도 쑥스러워 쭈뼛쭈뼛 하며 뒤로 뺐던 그다.

‘우리 함께’ 특집기사목록

▶ 한국의 메디치家로 날아오르다
…‘금호아시아나’

▶ 한겨울을 훈훈하게 덥힙니다
…기업의 지역사회 봉사

▶ KTF, 마일리지로 청소년 문화체험場 열어요

▶ 명지대, 수재민들에게 ‘사랑의 집’ 배달

▶ 진로, 난치병 어린이들에게 ‘건강과 웃음을’

▶ 삼보컴퓨터, 장애인들과 함께 ‘사랑의 레이스’

행사장의 다른 한쪽 면에는 유람선과 63빌딩, 집 한 채가 들어선 사진이 걸렸다. 합성사진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의 제목은 ‘한강 유람선’.

“한국에 오면 63빌딩 구경하고 한강에서 유람선 타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우리 집 뒤에는 63빌딩이, 앞에는 유람선이 떠 있었으면 해요. 엄마가 좋아하는 물만두와 순두부를 집에서 팔았으면 좋겠구요.” (똥별공주·가명)

‘Who are the 새터민?(새터민은 누구인가?)’이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아이 2.0’의 결론은 ‘It doesn't Matter!(그건 중요하지 않아!)’로 끝났다.

“4개월간의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카메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이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이름과 별명을 밝히는 등 스스로를 드러내는 놀라운 변화를 겪었어요.”

무연고 새터민 청소년들의 생활공동체인 다리공동체 마석훈 원장의 말이다.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가 사회공헌이 낮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예술영재 지원을 통한 인재 배출, 클래식 공연 위주의 고급문화 지원에서 문화 소외계층 상대의 대중문화 공유와 소통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SK텔레콤이 2005년 소외지역 공부방 청소년 51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아이’는 2006년엔 새터민 청소년으로 대상을 바꿨다. 전문 아티스트 13명이 새터민 청소년 30명과 함께 4개월간 게임아트, 웹아트, 북아트, 파티플래닝, 다큐멘터리 제작 등 5가지 영역에서 활동하며 그들의 정체성 찾기에 나선 것이다.

‘아트케어(art care)’의 개념을 도입한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는 주관하는 쪽도 놀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아트케어란 음악 미술 등의 공동작업을 통해 참가자들의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

“과거 소수의 전유물이던 명품이 최근 세컨드브랜드 등의 등장으로 대중화하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문화예술의 사회공헌도 밑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죠.”

마케팅컨설팅 회사 리드앤리더 김민주 대표의 분석이다.

○ 문화의 ‘나눔’과 ‘소통’으로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진행된다.

KTF는 최근 명동거리 한복판에 ‘The Orange(디 오렌지)’라는 이름의 갤러리를 열었다.

이동통신 기업이 운영하는 최초의 이색 갤러리 ‘The Orange’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소통’. 이 갤러리에서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 사진전’을 비롯해 회화, 퍼포먼스, 영상, 공공미술 등 다양한 작품전시회가 열리게 된다.

KTF 관계자는 “갤러리를 비영리 문화대안공간으로 운영해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전시회와 문화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GS홈쇼핑은 빈곤 가정 아동들을 위한 음악교육을 실시 중이다. 사회 적응 및 동기 유발, 감수성 발달과 같은 교육 효과를 염두에 두고 문화 분야의 사회공헌 활동을 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전국 35개 지역 아동센터인 ‘행복한 홈스쿨’에 바이올린 플루트 등 시가 1억 원 상당의 악기 700여 점을 전달했다. 또 홈스쿨의 모든 아동이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악기 레슨도 하고 있다.

○ 문화예술 공헌도 기업 특성에 맞게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예술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다.

한화그룹이 매년 시행하는 불꽃축제는 그룹의 모체가 화약기업이란 점을 상징한다. 이제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사회공헌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 시작한 불꽃축제는 한 달 간 매주 토요일에 열려 관객이 연인원 200만 명을 넘었다. 2001년엔 9·11테러로 행사가 취소됐지만 2003∼2005년엔 3년 연속 실시됐다. 2002년에는 월드컵 공식 문화행사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혜택을 나눠주는 방식의 문화행사가 아니라 모두가 참여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대형 영화체인을 운영하는 CJ도 소외이웃 문화나눔 사업을 전개한다. 객석 10% 나눔 운동은 소외 계층이 좀더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펼치는 사업. 올해는 젊은 문화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영 페스티벌을 시작했다.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다양한 활동을 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공헌에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복지 분야에서도 단순한 의식주 문제를 넘어 문화 빈곤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메세나협의회 이병권 사무처장은 “기업과 문화예술의 협력을 가능하게 해 주는 문화마케팅은 일시적 유행이나 트렌드가 아니라 기업의 필수적인 생존 요건이 됐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1800억6000만원

국내기업 작년 문화예술 지원액 5.3% 늘어

한국메세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2004년에 비해 5.3% 증가한 1800억6000만 원이다.

금액으로는 2004년보다 90억 원 늘었다. 하지만 2004년에는 삼성문화재단이 리움미술관 건립에 투자한 막대한 비용이 총액에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2005년 문화예술 지원 증가율은 전년도에 비해 두 자릿수 이상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 금액을 보면 미술 분야가 80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기업출연 문화재단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 운영, 소장품 매입 등에 많은 금액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어 공연장 등 문화예술 인프라 분야에 368억 원, 서양음악에 301억 원이 지원됐다. 그 밖에 문화교육(59억 원), 연극(50억 원), 무용(48억 원) 등의 순.

문화재단을 제외한 개별 기업의 2005년 문화예술 지원 규모를 보면 현대중공업이 서양음악 무용 연극 미술 전통민속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지켰다. 현대중공업은 본사가 있는 울산 지역에서 현대예술관을 중심으로 연간 프로그램 및 인근 지역민 대상의 자체 기획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쳤다.

2위인 포스코의 경우 서울 포스코센터를 비롯해 포항 효자아트홀, 광양 백운아트홀을 중심으로 클래식 무용 연극 미술전시회 등의 기획행사와 문화예술 공연 등을 후원했다.

문화재단을 통한 지원 현황을 보면 삼성문화재단, LG연암문화재단, 가천문화재단, 대산문화재단, 금호문화재단이 상위 5개 재단으로 나타났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김소영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사회공헌 액수에 비해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적은 편”이라며 “최근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도 하면서 고객들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