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멘트 업계는 우울하다.
일부 시멘트 업체는 인체에 유해한 산업 폐기물로 시멘트를 생산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시멘트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멘트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맞아 시멘트 업계는 ‘환경 경영’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주요 업체는 유해 물질에 대한 자체 환경 기준치를 만들고 시멘트의 친환경성을 홍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 피해를 줄이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폐광(廢鑛)의 복원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 2009년 일본 기준에 맞춰 ‘녹색시멘트’ 생산
20일 본보 취재 결과 한국양회공업협회(양회협회)와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콘크리트학회 등 8개 시멘트 관련 기관 및 단체는 17일 ‘콘크리트 관련 단체협의회’를 출범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협의회 구성단체들은 “시멘트 원료가 되는 산업 폐기물의 유해성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며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멘트 업계의 친환경 경영을 알리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출범 취지를 밝혔다.
이에 앞서 양회협회는 군산대에 연구 용역을 주고 시판 시멘트의 유해 발암 물질(6가크롬) 함유 실태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시멘트 업체 스스로 제품 안에 유해 물질이 함유됐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업계가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한 업체 관계자는 “감추는 것보다는 자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내놓자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환경 문제를 무시하면 앞으로 자칫 시멘트 산업이 존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양회협회는 △자체 관리 규정을 통해 6가크롬 함유량을 2009년까지 일본 환경 기준에 맞추고 △크롬 함량이 높은 제철소 슬래그를 쓰지 않는 한편 △정기적으로 함유량 측정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계획이다.
○ 폐 광산을 푸르게… 푸른 산 만들기 앞장
시멘트 업체들은 친환경 사업을 통한 ‘환경 경영’으로 “시멘트 산업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동양시멘트 삼척공장은 채굴을 끝낸 석회석 폐광산에 나무를 심어 ‘돌산’을 ‘푸른 산’으로 만들고 있다. 새로 개발할 광산에는 수직 채굴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산에 굴을 판 뒤 석회석을 채광하는 이 방식은 산의 나무와 흙을 통째로 제거한 뒤 석회석을 파내는 기존 방식에 비해 친환경적이다.
라파즈한라시멘트는 백두대간보전회와 손잡고 ‘ECO-백두대간 2+’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백두대간에 해당하는 자병산 한백산 등에서 생태 숲 조성 운동과 환경대탐사, 생태환경 체험학교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공장 인근의 하천 정화에 나서는 한편 매년 1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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