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PB사업부 박합수(사진) 부동산팀장은 서울 강남지역에 매물이 나오지 않는 현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박 팀장은 “강남에 고가(高價) 아파트를 소유한 고객들을 상담해 보면 양도세로 몇억 원씩 내고는 아파트를 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세금 내기 싫어서 아파트를 안 파는 상황이 조세 저항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되물었다.
국민은행의 최고 부동산전문가로 평가받는 그는 일주일에 평균 40명씩 상담한다. 그가 상담하는 고객은 자산 50억 원대 이상의 부자 고객이 대부분이다. 투자와 관련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자들의 동향을 잘 꿰고 있다.
박 팀장은 “8월까지만 해도 강남에 고급 아파트를 두 채 소유한 고객 중 팔아야 할지 계속 보유해야 할지 고민하는 고객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고객 중 99%가 생각이 정리됐다”며 “계속 보유하다가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양도세 못지않게 세율이 높은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도 증여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강남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객은 지금 강남 아파트를 팔면 다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금 폭탄’이라고 표현하는 종합부동산세도 수천만 원에 이르러 부담스럽지만 세금보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더 클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고 한다.
집이 없거나 넓은 평수로 옮겨갈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아파트를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지만 ‘부자 고객’들의 관심은 아파트가 아니라고 한다.
그는 “요즘 아파트 때문에 나라가 들썩들썩하지만 강남 쪽은 움직임이 거의 없다”며 “토지를 계속 보유해야 하는지 처분해야 하는지 상담하는 고객이 많고, 상가 빌딩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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