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요. 길음뉴타운의 S아파트 39평형을 7억 원에 계약했는데 정부가 별안간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약속한 날까지 잔금을 낼 수 없게 됐어요.”
그는 “최근 아파트 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 평생 무주택자로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덜컥 계약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울상을 지었다.
정부는 15일 주택투기지역 내 시가 6억 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돈을 빌릴 때 예외 없이 집값의 40%까지만 대출하도록 하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담보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다.
갑작스러운 조치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은 다급해졌다.
은행 대출창구에서는 앞 다퉈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잔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금융 감독당국은 한발 더 나아가 각 은행에 담보대출을 늘리지 못하게 ‘창구지도’를 통해 사실상 법적 근거도 희박한 대출총량 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고만 있다 ‘막차’를 타려던 사람들은 속이 타들어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아이 교육 때문에 큰맘 먹고 대치동 아파트를 사려던 고객이 ‘계약금까지 준비했지만 담보대출 규제 때문에 도저히 잔금을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계약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실수요자들은 투기세력을 잡겠다던 정부가 집값 폭등에 놀라 ‘급한 불 끄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물론 부동산시장에 밀려드는 돈줄을 죄는 것은 분명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또 이런 금융대책은 충분한 예고기간을 둔다면 엄청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은 없었을까? 이번에도 내 집 마련에 결국 실패한 한 세입자의 얘기가 귓전을 맴돈다. “진작 공급을 충분히 늘렸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하책(下策)은 안 써도 되는 거 아닌가요? 지금이라도 정부는 ‘귀’를 좀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상운 경제부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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