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Company] 바닷물을 마시는 민물로

  • 입력 2006년 11월 25일 02시 55분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화 기술과 바람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풍력에너지 설비는 물과 에너지가 부족해질 미래에 더욱 각광받을 신기술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담수플랜트에 들어갈 두산중공업의 담수 증발기(위)와 강원 대관령에서 시운전 중인 ㈜효성의 풍력 터빈.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화 기술과 바람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풍력에너지 설비는 물과 에너지가 부족해질 미래에 더욱 각광받을 신기술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담수플랜트에 들어갈 두산중공업의 담수 증발기(위)와 강원 대관령에서 시운전 중인 ㈜효성의 풍력 터빈.
현대중공업이 2004년 10월 세계 최초로 성공한 육상건조공법. 이 공법은 땅 위에서 배를 만든 뒤 높은 공기압으로 배를 띄워 바다로 진수하는 건조 방식이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2004년 10월 세계 최초로 성공한 육상건조공법. 이 공법은 땅 위에서 배를 만든 뒤 높은 공기압으로 배를 띄워 바다로 진수하는 건조 방식이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미래를 책임질 신기술로 승부한다.”

두산중공업은 바닷물을 담수(淡水·민물)로 만드는 기술로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효성의 중공업연구소도 풍력에너지 설비로 한국은 물론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물과 에너지가 부족해질 미래에 담수화 기술과 풍력에너지 설비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전망이다. 》

○ 사막을 오아시스로

두산중공업은 우리나라보다 중동에서 더 유명하다. 물 만드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 두바이의 황토빛 모래사막을 초록빛 잔디와 가로수가 우거진 오아시스로 바꾼 것은 모두 두산중공업의 담수설비 덕분이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는 78억 인구의 38%가, 2050년에는 94억 인구의 42%가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담수화 기술은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은 1978년 담수플랜트 사업에 뛰어든 뒤 최근까지 360만 t의 민물을 생산할 수 있는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공급했다. 다음 달 개막하는 도하 아시아경기대회를 위해 카타르 정부가 발주한 담수플랜트 공사도 맡았다. 담수플랜트 시장을 주도해 온 미국과 일본 업체들을 꺾은 것이다.

담수 생산 방법은 해수(海水)를 가열해 수증기를 응축시키는 다단증발법, 해수에 높은 압력을 가해 담수를 추출하는 역삼투압법, 다단증발법과 비슷하지만 중간 규모의 설비에 적합한 다단효용증발법 등 크게 3가지가 있다.

이 중 다단증발법 분야에서 두산중공업은 세계 시장 점유율 40%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 1위에 오른 데는 뛰어난 품질과 함께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두 기술의 장단점을 적절히 활용한 생산 방식이 그중 하나.

두산중공업은 설치비가 싸지만 유지비가 비싼 역삼투압법과 대용량 설비에 적합한 다단증발법 기술을 결합해 생산 단가를 줄였다.

또 담수플랜트를 3, 4개로 나눠 운반한 뒤 현지에서 다시 조립하던 기존 방식을 바꿔 축구장만 한 크기의 담수플랜트를 통째로 운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재조립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앴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담수사업 수주액은 2003년 2880여억 원에서 지난해 1조4000여억 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두산중공업 담수BG장 박윤식 전무는 “앞으로 5년간 전 세계에 18조 원 규모의 담수플랜트가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차별화된 기술과 담수 생산원가 절감을 통해 2010년까지 세계 담수 시장 점유율을 50%로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청정에너지 ‘바람’을 잡아라

㈜효성은 1990년대 중반부터 풍력발전기 개발을 추진해 풍력발전기를 구성하는 주요 기기인 증속기, 발전기, 제어기, 타워 등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효성 측은 “풍력에너지는 화석에너지를 대신할 대체에너지 가운데 경제성이 뛰어난 편이다”며 “각국이 풍력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잠재 성장률이 매우 큰 분야”라고 말했다.

유럽은 현재 전체 전력 수요의 2%를 풍력발전이 담당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이를 12%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12년까지 약 2500MW의 풍력 발전 설비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운 뒤 실행하고 있다.

효성은 1999년부터 풍력발전 시스템 국산화 작업을 해왔다. 750kW 풍력 터빈을 개발해 시운전에 들어갔으며 2MW 풍력 터빈도 개발하고 있다.

효성 측은 “750kW 풍력 터빈은 정부 보급사업 참여를 통해 품질을 입증했다”며 “2MW 풍력 터빈은 내년 상반기에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MW급 해상용 풍력 터빈과 수출용 모델도 개발해 동아시아 및 호주 미국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효성은 “풍력단지 개발 및 발전사업을 확대해 2010년까지 세계 10대 풍력 발전 설비업체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국 조선업계 빛나는 기술력

육상건조공법-첨단엔진 개발… 밀려드는 주문 즐거운 비명

국내 조선업계는 요즘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현대중공업은 2004년 10월 해안가 도크에서 더는 배를 만들 여유가 없어 땅 위에서 배를 만드는 모험을 단행했다. 일부에서는 원시적이고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묵묵히 땅 위에서 2만 t에 이르는 배를 만들었다. 그리고 배 밑에 깔려 있는 8열의 레일을 통해 고압의 공기를 뿜어 배를 지상 위로 띄운 뒤 바지선에 실었다. 세계 최초로 육상건조공법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후 육상건조공법으로 매년 16척의 배를 생산하게 됐다.

국내 조선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까닭은 이 같은 기발한 기술력과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술력으로 자연재해를 이겨냈다.

지난해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해 모든 가스 공급시설이 마비됐을 때 대우조선이 만든 액화천연가스(LNG)선은 에너지를 육지로 문제없이 공급했다. 배 위에서 액화가스를 기체로 만든 뒤 육지로 연결된 해저가스관을 통해 곧바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LNG 재기화(再氣化)장치 탑재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배는 태풍뿐만 아니라 러시아 사할린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365일 작업이 가능하다.

선박의 ‘심장’인 엔진을 만드는 기술도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국산화를 이뤄가고 있다.

선박 엔진의 원천 기술은 현재 유럽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큰 선박에 들어가는 대형 ‘저속 디젤엔진’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STX는 중형 ‘중속 디젤엔진’ 개발에 눈을 돌리고 투자를 집중했다. 이 엔진은 중소형 선박이나 대형 선박의 보조 엔진으로 쓰인다.

STX가 틈새시장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4분의 1을 차지해 1위로 올라섰다. 이 제품은 2004년 일본능률협회(JMAC)의 ‘마켓 명품 부문 명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STX는 현재 중속 디젤 엔진의 핵심 부품인 과급기와 크랭크 샤프트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중형 석유제품 운반선과 중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도 시장 1등을 유지하며 수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STX 엔파코 주식회사 기술연구소 김종기 연구소장은 “중형 선박용 디젤엔진 부품부터 완성 엔진, 선박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각 계열사간 사업 시너지 효과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