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미장원 원장인 장미영(가명·37) 씨는 최근 서울 마포구의 25평형 아파트를 3억2000만 원에 사면서 예금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을 모두 해지했다.
중도 해지에 따른 손실만 200만 원이 넘었다.
장 씨는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아 손실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도 잔금 1억6000만 원은 금융회사에서 빌려야 한다.
장 씨가 금융 투자에 발을 들인 2003년 중반은 금융 포트폴리오(분산투자)가 재테크의 ‘키워드’로 떠오른 시기였다.
최근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3년 이상 적립해 온 금융상품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 10월 저축성 예금 8060억 원 줄어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전국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11만209건으로 봄 이사철인 5월에 비해 2만 건 이상 늘었다.
아파트 거래가 늘면서 금융권에서 빠져나가는 자금도 늘고 있다.
물론 금융상품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모두 부동산으로 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거래와 예금 및 펀드의 해지 추이가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는 점에서 시중자금이 부동산에 쏠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 말 시중은행의 저축성예금 잔액은 482조4645억 원으로 9월 말보다 8060억 원 줄었다.
자산운용회사의 주식형펀드 잔액은 10월에 8376억 원 늘었다. 이는 9월 증가액(1조1217억 원)보다 2841억 원 줄어든 것이다.
고객의 펀드 해지 추세는 최근까지 이어져 이달 셋째 주(13∼17일)에는 8조4931억 원이 중도 환매됐다. 이 기간의 신규 설정금액은 2조4507억 원에 그쳤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점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머니마켓펀드(MMF)의 증가세에서도 감지된다.
MMF에는 아파트 매수를 앞둔 대기성 자금이 많이 들어 있다.
MMF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55조6098억 원을 기록하며 9월 말보다 3조1730억 원 많아졌다. 6월 이후 4개월 연속 MMF 잔액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금융 ‘재테커’(재테크 전문가)로 통하는 박모(33·서울 강동구) 씨도 재건축 아파트를 살 생각이다.
그는 매달 80만 원을 부어 온 적립식펀드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해지해 아파트 구입 대금에 보태기로 했다.
○ 냉정하라, 그리고 분석하라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불안감 때문에 무리하지 말고 비용을 따진 뒤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중산층이 금융과 아파트 투자 수익률을 제대로 비교하지도 않은 채 무턱대고 집을 사는 건 위험하다는 의미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지금은 5년 이상 장기 투자할 사람이나 실수요자만 집을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서울 송파-강동 재건축 아파트 대폭 하락▼
11·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송파구 강동구 등지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둔촌동 주공4단지 34평형은 대책이 나온 뒤 7000만 원가량 떨어진 10억3000만∼11억8000만 원에 호가(呼價)가 형성되고 있다. 둔촌동 주공2단지 25평형도 4500만 원가량 떨어진 10억6000만∼11억 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대책이 나오기 전 12억9000만∼13억2000만 원에 이르던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34평형은 현재 12억5000만∼12억70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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