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0여 평의 넓은 공장 안에 사람이라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감시담당자 1명뿐이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바쁜 손길을 놀리고 있는 것은 산업용 로봇들이다.
로봇이 일본 경제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이 단순 작업뿐 아니라 고도의 숙련기술이 필요한 공정에도 로봇을 배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현재 6000억 엔(약 4조8000억 원) 안팎인 일본의 로봇 시장규모는 2025년 6조 엔을 넘어설 전망이다.
일본 기업들이 로봇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율 저하와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제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후쿠시마(福島) 현에 사는 한 전통무용 기능 보유자는 후계자를 찾지 못해 로봇을 ‘제자’로 맞아들이기도 했다.
일본의 일손 부족 현상은 고도성장의 주역인 베이비붐 세대가 집단퇴직하기 시작하는 내년부터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정년을 연장하는 등 비상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처럼 이민을 받아들여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는 방법은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일본의 국민성이 걸림돌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일본인의 국수주의적 경향은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전 도요타자동차 회장 겸 일본 경단련(經團連) 회장이 “이로 인해 일본이 침몰할지도 모른다”고 한탄했을 정도로 뿌리 깊다.
하지만 기업들은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더 빠르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 일본이 겪고 있는 문제는 머지않아 한국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때를 대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가 아닐까.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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