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룹 최대 주주인 이명희 회장의 아들로 그동안 경영수업에 전념해 왔던 정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그룹 운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인사로 신세계를 포함해 롯데 현대 애경 등 주요 유통업체에서 모두 ‘오너 가문 차세대’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 정용진 부회장 활발한 행보 보일 듯
이날 인사에 대해 신세계는 “경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구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더욱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 부사장의 부회장 승진에 더욱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신세계는 지금까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이자 최대 주주인 이명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구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오너 3세’인 정 부회장은 1995년 신세계에 입사해 2000년 부사장으로 임명된 뒤에도 경영수업에 전념하며 언론에 나서기를 극도로 꺼렸다. 나이도 젊은 데다 전문경영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정 부회장이 언론에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세계는 올해 5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중국 이마트 7호점 개점 행사장에서 “상속증여세로 1조 원 이상을 내겠다”고 발표해 정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9월에는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의 지분(4.46%·84만 주)을 넘겨받아 신세계 보유 지분을 9.32%(175만7100주)로 늘리며 모친 이명희 회장(15.33%·289만890주)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앞으로 구 부회장 등의 조언을 받으며 더욱 활발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신세계는 이번 인사에서 경영지원실 관리담당 허인철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경영지원실장을 맡겼다.
또 백화점 부문 지원본부장 박영철 상무와 죽전점장 박건형 상무, 이마트 부문 심화섭 상무, 신세계건설 박임동 상무를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유통업계 ‘2세 체제’ 본격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은 1997년에 부회장으로 임명됐고 2004년 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직을 맡은 뒤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정몽근 회장의 장남 정지선 부회장이 2003년 1월부터 부회장으로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애경그룹도 21일 장영신 회장의 장남 채형석 부회장을 총괄부회장 겸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면서 명실상부한 2세 경영체제를 갖췄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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