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P&G “‘된’ 인재 사절…‘될’ 인재 뽑아 키운다”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한국P&G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을 실시한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조건이 적힌 카드 중 각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을 뽑는 모습. 사진 제공 한국P&G
한국P&G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을 실시한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조건이 적힌 카드 중 각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을 뽑는 모습. 사진 제공 한국P&G
“우리는 경력사원을 뽑지 않습니다. 신입사원만을 선발해 최고의 인재로 만듭니다.”

생활용품 전문기업인 한국P&G가 주요 대학에서 여는 ‘P&G 인턴십 설명회’에 가면 반드시 듣는 말이다.

‘인재사관학교’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P&G 출신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베이의 멕 휘트먼, GE의 제프리 이멜트, 3M의 짐 맥너니, KFC의 체릴 바첼더 씨 등이 P&G가 키워낸 세계적인 CEO들. 국내에선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조인수 피자헛 사장, 한순현 BIF보루네오 사장이 P&G를 거쳤다.

지난해 말 NHN의 최고 마케팅경영자(CMO)로 스카우트된 한승헌 이사를 비롯해 최원식 PCA생명보험 상무, 이재영 한국씨티은행 상무, 고정석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이사, 박병기 한국존슨 이사 등도 한국P&G 출신이다.

○ 일류 인재 대신 ‘Right People’ 선호

P&G는 검증된 외부의 일류 인재를 영입하기보다 신입사원들을 직접 뽑아 키워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발된 인재들은 내부승진제도를 통해 CEO로까지 진급한다. 이러다 보니 회장인 A G 래플리부터 신입사원까지 P&G의 모든 임직원은 P&G 출신이다.

또 P&G는 ‘Open Job Posting’이라는 내부인력공모제도를 운영한다. 회사 안에 공석이 생기면 그 자리를 채울 인력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 세계 P&G 직원들 중에서 공개 모집하는 제도다.

P&G 직원들은 원하는 직무를 얻기 위해 국경을 초월해 다양한 후보들과 경쟁한다. 현재 한국P&G직원 중 74명이 외국에서 근무하고 있을 만큼 활발한 교류가 이뤄진다.

왜 유능한 인재를 스카우트하지 않고 자사 출신을 고집할까.

“외부에서 인재를 데려오면 당장은 편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내부승진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주인 의식과 성취에 대한 열정 같은 조직문화를 유지할 수 있죠. 또 CEO 자리가 내부 직원들에게 열려 있어 직원들이 회사에 남아 같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한국P&G 인력개발본부 스티브 스코브가드 이사)

○ 철저한 신입사원 교육

내부 인력만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신입사원 선발과정과 교육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지원자는 서류 심사와 영어 등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한 번에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심층 면접을 세 차례 이상 거쳐야 한다. 한국어와 영어 면접을 통과하면 2박 3일간의 ‘비즈니스 스쿨’ 프로그램이 기다린다. 이를 통해 실제 업무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평가받는다.

이렇게 선발된 한국P&G 직원들은 연간 20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업무일로 환산하면 약 25일. 1년 중 한 달은 교육만 받는 셈이다.

교육은 원칙적으로 내부 인력을 활용한다. 직원이 강사이자 피교육자다. 기본적인 교육 매뉴얼이 미국 본사에서 제공되면 교육을 담당하는 직원이 한국 실정에 맞게 교육 자료를 만든다. 이 때문에 대리급이 임원진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 대상도 신입사원부터 CEO까지 모두 해당된다.

교육 분야는 크게 리더십,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관리 능력, 전략적 사고로 나뉘고 그 안에 20∼30개의 세부적인 프로그램이 운용된다. 직원들은 대학에서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교육을 받는다. 교육을 받은 후에는 반드시 교육 내용을 어떻게 업무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교육 내용은 철저히 실용적이다.

P&G 직원이면 누구나 다 받는 ‘프레젠테이션(PT) 교육’의 경우 사내에서 PT에 능한 팀장급이 기초이론을 설명하면 직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실제와 똑같은 PT를 한다.

발표할 때는 실제 PT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 등을 연출해 연습한다. 발표가 끝나면 참석자들의 토론이 이어지고, 녹화된 비디오를 통해 자신의 개선점을 찾는 것으로 교육을 마치는 식이다.

○ P&G식 ‘수평문화’도 한몫

엄격한 신입사원 선발과 교육,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 그리고 내부 경쟁을 통한 승진 외에 P&G를 끌어가는 또 다른 힘은 수평주의 문화다. 특히 직원들과 임원들이 직급과 상관없이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문화는 각자의 창의성을 최대화하는 장점으로 꼽힌다.

P&G에선 ‘평직원이 임원들을 상대로 부담 없이 강연을 하고, 교육 중에는 직급이 사라지는 문화’를 P&G식 스타일이라고 한다. 한국P&G의 직원들도 CEO인 김상현 사장을 평소 김 사장의 미국식 이름인 ‘샘’이라고 부른다.

김 사장은 “인재사관학교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엄격한 규율과 수직적 인간관계는 P&G에 없다”며 “우리는 ‘아이디어의 민주주의’를 위해 서로 존칭을 쓰지 않고 이름을 부르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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