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 카드사의 푼돈 사랑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회사원 김민정(31·여) 씨는 출근하면서 회사 앞 커피전문점에 들러 베이글 빵과 테이크아웃 커피세트로 아침을 해결했다.

계산(4000원)은 신용카드로 했다. 점심때는 회사 후배와 근처 분식점에서 오므라이스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밥값 9000원은 카드로 계산했다.

퇴근길에는 서점에 들러 신간 소설(9500원)을, 액세서리 가게에서는 귀고리(8000원)를 샀다. 역시 카드를 썼다.

김 씨의 이날 네 차례 결제(총 3만500원)를 모두 카드로 해결했다.신용카드로 1만 원 이하 소액을 결제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현금을 대신할 만큼 카드의 사용이 보편화됐음을 알 수 있다.》

○보편화된 1만 원 이하 결제

본보가 2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카드회사 비씨카드에 의뢰해 최근 3년간 금액별 카드 결제를 분석한 결과 2004년 4930만 건이었던 1만 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 건수가 올해(1∼10월 기준)는 1억233만 건으로 107.5%나 늘었다. 비씨카드는 연말까지 1억2000만 건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1만 원 이하 소액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8.6%에서 올해 13.8%로 늘어났다.

이에 반해 건당 10만 원이 넘는 고액결제 비중은 2004년 22.3%에서 올해 13.4%로 크게 줄었다. 비씨카드 측은 경기 부진으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든 탓으로 분석했다.

지금까지 카드사들은 소액결제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소액결제가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 차례의 소액 결제를 신용카드로 해결한 김 씨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신용카드사는 김 씨 결제 비용으로 800원을 부담한다. 카드 결제가 1건 발생할 때마다 정보처리결제업체(VAN)에 내는 수수료 400원(건당 100원)과 인력 및 전산 관리비용 400원(건당 100원)을 합친 금액이다.

반면 카드사가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는 671원. 3만500원에 평균 수수료율 2.2%를 곱한 수치다. 김 씨 덕분에 671원의 수입이 생긴 대신 800원을 써 전체적으로는 129원의 적자를 본 셈.

이런데도 카드사는 소액결제를 거부할 수 없다. 카드 가맹점이 소액결제를 거부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소액결제도 돈 된다(?)

하지만 최근 경기부진으로 소액결제가 늘어나면서 적잖은 고민에 빠진 신용카드사들이 소액결제시장을 활용하는 역발상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달라진 소비패턴에 적응하자는 것.

비씨카드는 최근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와 손잡고 교통카드처럼 단말기에 갖다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휴대전화 신용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소액결제를 월말에 한 건으로 묶어 고액결제처럼 만들 수 있다. 소액결제가 늘수록 카드사도 이익을 보는 구조다.

비씨카드 장홍식 IC카드 팀장은 “이통사 통신망을 이용해 도난 및 분실 카드의 사용을 실시간으로 막을 수 있게 돼 소액결제 합산의 위험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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