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람관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취업 예비군’으로 빽빽했다.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회사의 부스마다 입사지원서를 제출하려는 사람들로 아우성이었다.
이날 석·박사만을 위해 열린 취업박람회를 찾은 중국의 ‘백수’ 석·박사는 무려 3만여 명. 올해 베이징에서 졸업한 석·박사 5만여 명 중 60%가 몰린 셈이다.
통신회사를 포함해 5개사에 지원한 한 젊은이는 “지금까지 써 낸 입사지원서만 100장은 될 것”이라며 씁쓰레해 했다.
석·박사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눈높이만 낮추면 직장을 구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학 졸업생이다.
올해 7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413만 명. 이 가운데 124만 명이 지난달 말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3명당 한 명꼴로 실업자인 셈이다.
대졸자의 구직이 어려워지면서 대졸자의 임금 하한선도 크게 내려왔다. 몇 년 전 월 1500위안(약 17만7615원) 이하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대졸자들이 요즘은 월 1000위안도 마다하지 않는다.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고학력자 실업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대졸자가 너무 급증했기 때문이다. 개혁 개방 직후인 1980년 14만7000명이던 대졸자는 2001년 103만6000명으로 100만 명 선을 돌파했다. 이후 2004년 239만1000명, 지난해 306만8000명으로 늘더니 올해는 1년 만에 100만 명 이상이 늘어난 413만 명으로 집계됐다.
5년 새 약 4배로 늘어난 셈이다. 1980년과 비교하면 무려 28배로 증가했다. 내년엔 82만 명이 더 늘어 500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고학력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묘안을 짜내고 있다. 대학 졸업자가 창업하면 장기 저리로 대출해 준다. 서부와 농촌으로 가자는 ‘문화대혁명’식 운동도 함께 벌이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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