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우리 그룹이 조만간 작은 벤처기업을 하나 인수할 거야. 그때 자네도 참여하게. 인수가 끝나면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거든.”
“상장 이후에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탄탄한 회사인가요?”
“이제부터 그렇게 될 것이네. 이 회사를 사면 그동안 다른 회사에 맡기던 일을 모두 이 회사에 넘겨줄 작정이야. 그러면 새로 산 회사가 큰 이익을 내게 될 테고 주가도 크게 오르겠지.”
영화 ‘매치포인트’의 주인공은 신분 상승의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는 영국의 젊은 테니스 강사 크리스다. 그는 테니스 클럽에서 재벌가의 딸 클로에를 만나 신분을 뛰어 넘은 결혼에 성공한다.
재벌가의 사위가 된 크리스는 결혼 축하선물로 런던 템스 강변의 고급 아파트를 받는다. 하지만 아파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곧 장인 회사에 취직해 대기업 임원이 되고,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투자 정보로 큰 돈을 벌게 된다.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대기업이 작은 물류회사를 인수하자 그 회사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모기업의 물류 수요를 전담할 것으로 예상한 때문이다. 대기업 오너는 물류회사 주식을 팔아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사용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아 혼쭐이 나기도 했다.
최근 한 사회단체는 한국의 일부 대기업 가족들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사업정보를 이용해 취득한 부의 규모가 2조5000억 원이 넘는다는 조사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돈을 벌기 위한 투자금은 고작 1400억 원이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