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쏘옥]영화 ‘매치포인트’로 보는 부당 내부거래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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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사위, 내가 재테크 방법 하나 알려 주지.”

“어이쿠!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우리 그룹이 조만간 작은 벤처기업을 하나 인수할 거야. 그때 자네도 참여하게. 인수가 끝나면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거든.”

“상장 이후에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탄탄한 회사인가요?”

“이제부터 그렇게 될 것이네. 이 회사를 사면 그동안 다른 회사에 맡기던 일을 모두 이 회사에 넘겨줄 작정이야. 그러면 새로 산 회사가 큰 이익을 내게 될 테고 주가도 크게 오르겠지.”

영화 ‘매치포인트’의 주인공은 신분 상승의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는 영국의 젊은 테니스 강사 크리스다. 그는 테니스 클럽에서 재벌가의 딸 클로에를 만나 신분을 뛰어 넘은 결혼에 성공한다.

재벌가의 사위가 된 크리스는 결혼 축하선물로 런던 템스 강변의 고급 아파트를 받는다. 하지만 아파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곧 장인 회사에 취직해 대기업 임원이 되고,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투자 정보로 큰 돈을 벌게 된다.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대기업이 작은 물류회사를 인수하자 그 회사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모기업의 물류 수요를 전담할 것으로 예상한 때문이다. 대기업 오너는 물류회사 주식을 팔아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사용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아 혼쭐이 나기도 했다.

최근 한 사회단체는 한국의 일부 대기업 가족들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사업정보를 이용해 취득한 부의 규모가 2조5000억 원이 넘는다는 조사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돈을 벌기 위한 투자금은 고작 1400억 원이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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