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동결은 외환시장 불안 등 경기 불확실성을 포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등 과잉 유동성의 폐해가 일부 포착되고 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는 한편 부동산 문제는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은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한은의 통화정책방향으로 시선으로 옮기는 분위기다.
◇ 환율 '발등에 떨어진 불' = 2006년 마지막 금통위가 가장 관심을 둔 변수는 환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서 시장 주체들에게 미칠 영향을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달여간 5% 가까이 하락했다.
하락 속도가 워낙 빨라 수출기업들이 대금으로 회수한 달러를 손에 쥐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들이 손익분기점 아래에서 생산하기보다 공장을 멈추는 것을 선택하면 거시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상당할 수 있다.
더욱이 수출 의존도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환율 문제를 간단하게 볼 수는 없다.
최근 외환시장 불안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글로벌 달러 약세와 연결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변수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면 당국이 실탄을 들고 방어라도 해보겠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큰 파고를 거스르다간 쪽박을 쓰고 벼락을 피하는 격이다.
금통위는 이같은 국면에서 종종 '상황을 좀 더 예의주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코멘트와 함께 동결 카드를 써왔다.
◇ 경기 전망도 '불투명' = 외환시장 불안을 빼더라도 국내 경기 및 경기 전망은 아직은 '동결' 카드가 적절하다는 데 대부분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4.4%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GDP 성장률 평균이 5.4%였음을 감안하면 최악의 수준은 아니지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미국 경제의 경착륙, 유가 급등, 북핵 사태 악화, 대통령 선거 등 돌발 변수도 많다.
쉽게 말해 경기가 별로 좋지도 않고 전망도 불투명한 가운데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한은이 최근 내년 경제전망을 하면서 "내년 상반기로 가면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고 밝힌 것은 새겨볼 대목이다.
한은은 또 올 하반기 성장률이 주춤한 것도 경기가 하락한 것이 아니라 상승기에 잠시 조정을 받는 소위 소프트패치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여타 민간연구소들의 경기관에 비해 낙관적인 견해다.
즉 경기 전망이 여전히 그리 좋지는 않지만 좋아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전망으로 최소한 일각에서 나오는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한 반대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여건이 허락된다면 내년 상반기에 1~2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깔고 있다.
◇ 부동산 문제 여전히 관심 = 12월 금통위는 동결로 결론났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 등 과잉 유동성에서부터 출발한 부작용 문제는 향후에도 언제든지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최근 지급준비율 인상을 두고 한은은 시중유동성 흡수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시장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이 칼을 뺐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공식 입장이지만 유동성 증가에 따른 아파트값 급등 문제를 한은이 계속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11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4조2000억 원이 늘어 지난 2002년 9월(5조7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통화지표의 하나인 광의통화(M2)는 10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증가했으며 11월에는 11% 내외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03년 3월 11.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최근 부동산시장이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어 시급성은 다소 떨어진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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