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포드, 마쓰다 자동차 배우기

  • 입력 2006년 12월 10일 20시 38분


지난달 중순 취임 2개월째인 미국 포드의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CEO)가 일본 마쓰다의 이마키 히사카즈(井卷久一) 사장 겸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멀럴리 사장은 자동차 공동개발 진행상황과 두 회사의 현 상황을 보는 이마키 사장의 의견을 30분간 경청했다.

마쓰다가 모(母)회사인 포드의 '가정교사 겸 구원투수'로 떠올라 화제다. 마쓰다는 1990년대 중반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았으나 포드에 인수된 덕분에 기사회생한 자회사. 매출도 포드의 7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포드가 올 3분기(7~9월)에만 58억 달러(5조3000억원)의 적자를 낸 반면 마쓰다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순이익 증가 기록을 세우면서 '학습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포드의 '마쓰다 배우기'가 가장 두드러진 부문은 인사. 마쓰다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임원들이 포드의 요직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포드의 고급차 부문인 프리미어 오토모티브의 마크 필즈 사장은 1999~2002년 마쓰다 사장을 지냈다. 또 루이스 부스 유럽포드 사장, 존 파커 아시아·태평양·인도·아프리카 담당그룹 부사장, 조셉 바카이 유럽포드 부사장도 '마쓰다 출신'이다.

이들은 마쓰다에 미국식 경영을 도입하는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본인들 스스로 일본식 경영에 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카이 부사장은 이마키 사장으로부터 "부하직원과 함께 술을 마시고 돈은 상사가 내라"는 충고를 듣자마자 즉시 직원들을 무더기로 이끌고 술집으로 달려갔다는 일화가 남아 있을 정도.

기술부문에서도 포드는 마쓰다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고 있다. 포드의 중형차인 '퓨전'과 '머큐리 밀란'의 차대(車臺)기술은 마쓰다에서 받은 것이다. 마쓰다는 스포츠용 다목적차인 'CX-7'의 차대기술도 포드에 제공할 계획이다.

아사히신문은 "마쓰다가 포드의 해외전략에서도 한 날개를 맡고 있다"면서 "포드의 취약점인 소형차 부문을 보완하는 역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마쓰다 측은 전면 부인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마쓰다가 주식을 사 포드의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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