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금융그룹인 UBS의 아시아 담당 수석 투자전략가(스트래티지스트)인 삭티 시바(40·여·사진) 씨는 한국 시장 분석을 위해 방한 중이던 7일 본보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시바 씨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표 기업의 실적은 D램과 낸드(NAND)플래시메모리 가격, 유가, 원-달러 환율 등 4개 요인에 좌우된다”며 “특히 원화 강세(원화환율 하락)가 내년 한국 기업의 실적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와 반도체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 내년 원-달러 환율이 900원까지 떨어져도 한국 기업의 순이익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환율이 이보다 밑으로 떨어지거나 유가와 반도체 가격이 불안해지면 순이익 증가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시바 씨는 세계적 금융전문 월간지인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로부터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최고의 주식 투자전략가’로 선정되는 등 아시아 담당 최고의 투자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외국인이 올해 들어 약 13조 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셀 코리아(SELL KOREA·한국 주식 매도)’에 대해 “한국 기업의 실적이 전망치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며 “한국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외국인의 매도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UBS 등은 2005년 말 한국의 주요 80여 개 기업의 올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9.2%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올해 11월 말까지 ―5.3%로 뒷걸음질쳤다.
반면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중국(순이익 추정 12.4%→실제 24.2%), 인도(22.0%→26.0%) 등 아시아 주요국 기업의 순이익 성장세(평균 14.5%)는 전망치(11.9%)를 웃돌았다.
다만 한국 기업의 순이익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950원으로 유지되고 반도체와 유가도 안정세를 보인다면 한국 기업의 내년 순이익이 올해에 비해 15∼20%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UBS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세계 1000대 은행(총자산 기준) 가운데 지난해 기준 총자산이 1조5330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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