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형할인점, 겉으로는 자선행사 속으론 실속 챙기기?

  • 입력 2006년 12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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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형 할인점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계 농가 돕기 행사를 벌이면서 관련 비용을 공급회사에 떠넘기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는 14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03개 이마트 점포에서 ‘양계농가 살리기 닭고기 무료 시식회’를 연다.》

일부 대형 할인점, 양계농가 돕기 행사 비용 떠넘겨

이마트는 “시식행사에 하림 성화식품 체리부로 마니커 목우촌 등 5개 양계 협력사가 이마트와 함께 준비한 닭 1만 마리가 제공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14일부터 20일까지 ‘닭고기 특가(特價) 행사’를 열고 닭고기를 40% 할인된 값에 팔기로 했다.

롯데마트도 14∼19일 ‘양계농가 돕기 닭고기 판매전’을 열고 닭을 정가보다 60∼70% 싸게 판다. 롯데마트 측은 “수도권 매장에서는 모두 500마리 분량의 ‘닭 불고기 시식행사’를 열어 닭고기 소비를 촉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엔 마치 할인점들이 자선행사를 하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이 발견된다.

이마트가 시식용으로 내놓는 닭 1만 마리는 모두 닭고기 업체들이 이마트에 공짜로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계업계에 따르면 닭 1마리의 평균 공급가격은 2000원으로 이마트 행사에 모두 2000만 원어치가 제공되지만 이마트는 닭 값을 따로 주지 않는다. 롯데마트의 시식용 닭 500마리도 마찬가지다.

닭 1마리당 시식인원은 약 30명으로 이마트의 경우 시식행사로만 30만 명의 고객을 닭고기 매장으로 유치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다 소비자들에게 ‘할인점이 좋은 일을 한다’는 인상도 심어줄 수 있어 이미지 개선 효과도 볼 수 있다.

40∼70%까지 할인 판매하는 닭도 할인분은 고스란히 공급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할인점들은 “행사 장소를 우리가 제공하기 때문에 할인점도 부담하는 몫이 적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닭고기 판매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행사에 참여하는 양계 농가가 적지 않다.

양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할인점들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닭고기 소비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인점들의 조류인플루엔자(AI) 관련 주요 닭고기 판촉행사
회사행사행사 내용
신세계이마트양계농가 살리기 무료 시식회△14∼17일 오후 2∼5시 닭튀김, 백숙 등 제공△14∼20일 백숙 및 볶음 용 닭 40% 할인
롯데마트양계농가 돕기 닭고기 판매전△550g 크기의 생닭 60∼ 70% 할인, 마리당 930원 에 총 10만 마리 판매 예정△수도권 매장에서 총 500 마리 ‘닭 불고기’ 시식 행사
자료: 각 회사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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