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아지는 제2금융권발 금융위기 우려
12일 금융감독원의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59조2000억 원으로 2004년 말보다 10조1000억 원 증가했다.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함께 부실 우려가 있는 여신도 늘고 있다.
올해 6월 말 현재 국내 110개 저축은행의 요주의 여신(3∼6개월 이자연체)은 4조9675억 원으로 지난해 6월(3조9711억 원)에 비해 1조 원가량 증가했다.
요주의 여신은 △2003년 6월 1조4918억 원 △2004년 6월 3조2872억 원 등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제2금융권이 대출을 할 때 담보가치를 인정해 주는 비율은 평균 70%에 이르는데, 이는 은행(50% 선)에 비해 크게 높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저축은행 등이 담보를 경매에 부쳐도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연체 규모 및 기업부도 증가→제2금융권 부실화→예금 인출 정지→가계소비 및 기업투자 위축’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제2금융권에 속한 일부 금융회사의 대주주 경영 행태도 부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경기 성남시, 충북 청주시 등에서는 저축은행 대주주가 해당 저축은행에서 불법으로 대출을 받고 횡령한 사건도 발생했다.
한국신용평가 유건 수석애널리스트는 “제2금융권은 대출을 관리하는 능력이 은행에 못 미친다”며 “부동산 경기가 갑자기 얼어붙으면 아파트를 담보로 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편법대출과 연대보증으로 대출 급증
최근 정부가 부동산 대출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제2금융권에서 규정 이상으로 대출을 받는 건 어렵지 않다.
금융감독 당국이 간혹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을 잘 지키는지 감독을 하기는 하지만 그때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본보 기자가 12일 한 대출중개업체에 전화를 걸어 시세 7억 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규정 이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 본 결과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업체는 “아는 감정회사를 통해 아파트 감정을 새로 받으면 집값을 6억 원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런 편법으로 규정보다 많은 대출을 해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또 일부 시중은행이 대출 한도가 꽉 찬 고객들에게 제2금융권 회사를 알선해 주는 사례도 있다.
제2금융권이 이렇게 무리한 대출을 하는 것은 대출자 이외에 별도 보증인을 내세우는 연대보증제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현재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해 보증을 선 사람은 모두 334만1000명으로 총보증금액이 179조6000억 원(신용대출 및 주택대출 포함)에 이른다. 1인당 평균 보증금액이 5375만 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842만 원 늘었다. 자금력이 달리는 제2금융권 대출자가 부도를 내면 보증인도 연쇄적으로 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 경기위축으로 번질 가능성 높아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시중은행에 비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받는 충격이 훨씬 크다. 시중은행은 담보를 경매에 넘긴 뒤 우선 변제받을 수 있지만, 제2금융권은 변제 순위가 뒤로 밀려 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기가 어렵다. 최악의 경우 대출 원금을 건지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제2금융권의 부실은 단순히 저축은행의 도산에 그치지 않고 나라 경제 전체에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서강대 김광두(경제학) 교수는 “실질 국민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제2금융권 부실문제가 부각되면 소비심리가 급속히 냉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국책연구기관이 ‘日 구조개혁’ 평가해 보니
단기적인 경기부양이나 사회보장 확대를 위해 세금을 늘리거나 ‘큰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2일 내놓은 ‘일본경제 구조개혁 정책의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집권 이후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면서 공공부문 전체에 걸쳐 축소 지향적 개혁을 추진했다”며 한국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일본은 민간에서도 비효율적인 인원과 설비를 감축하고 과잉 채무를 상환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한 결과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정성춘 KIEP 일본팀장은 “일본의 사례를 생각하면 우리도 공공투자 의존적인 경제 체질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한국의 공공투자는 일본과 반대로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일본 정부는 세금을 줄여 기업의 수익을 늘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세수(稅收)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한국도 단기적인 경기부양이나 사회보장 확대를 위한 증세와 ‘큰 정부’ 지향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 정부는 증세방안 대학교수팀에 용역 의뢰
앞으로 늘어날 복지지출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외부 기관에 부가가치 세율 인상 방안을 연구하도록 의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계명대 세무학과 김유찬 교수팀은 올해 3월 재경부의 용역을 받아 6월 ‘외국의 부가가치세 조정 사례’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부가가치 세율(10%)이 2003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17.8%에 비해 크게 낮으며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부가가치 세율이 낮은 나라는 스위스(7.6%) 캐나다(7%) 일본(5%) 등 3개국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가가치세 세수 비중도 한국은 4.6%로 OECD 평균치 6.8%를 밑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팀은 이 보고서에서 “고령화와 소득 양극화에 따라 크게 증가할 재정수요를 조세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면 부가가치세가 유일한 대안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올해 8월 발표한 ‘비전 2030 보고서’에서 2011년부터 세금을 더 걷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경부는 “김 교수팀의 보고서는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며 “정부는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에 따른 증세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단기적 경기부양-증세정책 신중해야”
“부가세 인상이 복지재원 유일한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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