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중국인 공채 1기들의 한국생활 ‘생생토크’

  • 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올해 8월 SK㈜에는 ‘특별한’ 신입사원 6명이 입사했다. 중국 현지에서 채용한 중국인 대졸 공채 1기 사원들이다.

약 30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이들은 한국에서 2, 3년 업무를 배운 뒤 중국 지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사회생활 첫걸음을 한국에서 내디딘 왕잉(王穎·24·시장개발팀), 왕량(王亮·25·R&I전략팀), 허민(賀敏·22·사업법무담당), 당찬찬(黨燦燦·24·HR지원팀) 씨 등 4명이 SK㈜에서 겪은 4개월을 이야기했다.

○ 업무 배우기보다 어려운 문화 차이

“외국인이라고 해서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요. 하지만 문화적인 차이는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자기가 마시던 잔을 남에게 권하는 일은 없어서 처음엔 술자리가 당황스러웠어요. 하지만 요즘은 저도 술자리에서 상사나 동료에게 잔을 돌립니다.”(왕량 씨)

“중국에서는 혼자 식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한국 동료들은 혼자 식당에 간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해요.”(허민 씨)

“이제 퇴근 후에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 하는 데 익숙해졌어요. 노래방에도 자주 갑니다.”(왕잉 씨)

이들 가운데 당찬찬 씨는 한국어가 꽤 유창하다.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등 중국 명문학교 출신인 다른 중국인 사원과 달리 당 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당 씨는 “중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바로 한국으로 유학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사원은 한국어 습득이 최대 과제다. 이들은 매일 오전 7시부터 회사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강좌를 듣고 있다.

“동료들과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한글로 쓰인 공지사항이나 e메일을 읽을 때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도 제가 도움을 주는 일도 있어요. 같은 부서 선배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답니다.”(허민 씨)

○ “규모에 비해 사람이 적은 기업”

SK㈜가 중국인들을 대졸 공채 사원으로 채용한 것은 중국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1기 중국인 공채 사원들은 최근 2기 사원 채용을 위해 중국으로 취업 설명회를 다녀왔다. 한국 생활 4개월을 보낸 이들은 한국 기업을 어떻게 소개했을까.

“기업 규모는 큰데 사람이 적다고 설명했어요. 효율적이라는 뜻이죠. 사실 제 여자친구에게도 SK그룹 취업을 권했습니다.”(왕량 씨)

“중국 기업에서는 대졸 사원들이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 근무는 큰 매력이지요.”(허민 씨)

젊은이들인 만큼 포부도 당당했다. 법률 전공인 허민 씨는 “중국 사업의 법무 책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당 씨는 “중국에서 ‘제2의 SK’를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고 왕잉 씨는 “아스팔트 무역 부문의 최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부푼 꿈으로 이국(異國)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불편한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음식은 다 괜찮은데 청국장은 적응이 안 되네요. 뭐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왕량 씨)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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