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은 잘 빠진 돌고래를 닮았다. 차체의 보닛과 루프, 트렁크를 잇는 선이 굴곡 없이 매끈하다. 마치 공기가 피해 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차 내부는 운전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했다. 운전자가 자주 보는 속도계를 위로 올리고 엔진회전계는 밑으로 내렸다. 운전자가 주행 중 시야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와이퍼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는 다른 차와 달리 시빅은 부채가 펼쳐지듯 가운데에서 양옆으로 벌어지도록 설계한 것도 새로웠다. 잘 닦이지 않는 오른쪽 상단까지 골고루 닦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차체의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VSA(Vehicle Stability Assist),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한 다양한 안전장치도 신뢰감을 줬다.
하지만 운전석과 뒷좌석의 폭이 넉넉지 않아 전체적으로 공간이 넓지 않다는 느낌을 줬다. 혼다 측이 주장하는 ‘중형 세단’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주행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테스트 주행거리는 모두 400km. 혼다가 개발한 2000cc i-VTEC 엔진(155마력)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시속 110km가 넘는 고속 주행에서 재빠르고 안정적인 운동 성능을 보여 줬다. 특히 앞차를 추월할 때는 시속 140∼150km의 속도를 내고도 가속페달 뒤의 여유가 넉넉해 힘이 넘치는 듯했다.
일반 차보다 지름이 작은 스포츠형 운전대도 ‘손맛’을 더해 줬다. 운전대를 살짝 꺾을 때마다 차가 즉각 반응해 운전자와 차가 하나 되는 느낌이 들었다.
혼다코리아는 이 차를 2990만 원에 내놓았다. 한국 실정에 맞춰 편의장치를 대폭 보강했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은 국내 중형차인 현대자동차 쏘나타(2400cc)보다 300만 원이나 높은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