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체 외국인 CEO가 탄성하는 국산차는

  • 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수입자동차 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한국 자동차 중에 어떤 차가 제일 좋으세요?”라고 한다. 올 한 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어느 때보다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수입차 업체의 외국인 CEO에게 국산차에 대한 진솔한 평을 들어봤다. 외국인 CEO들은 의외로 한국 차의 성능과 디자인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이보 마울 사장, ‘모닝’ 경제성 최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마울 사장이 고른 최고의 국산차는 뜻밖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의 CEO라면 으레 대형 국산 세단을 선호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디자인은 현대자동차의 ‘시티버스’를, 승차감과 종합평가에서는 기아자동차가 만드는 가장 작은 차 ‘모닝’(배기량 1000cc)을 최고로 꼽았다.

“자동차는 무엇보다 소비자 중심(customer-centered)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티버스는 노약자가 편하게 승하차하도록 차체를 낮게 설계한 ‘승객 중심의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모닝은 서울과 같이 교통 혼잡이 심한 도시에 적합한 경제적인 차로 실제로 타 보니 실내공간도 넉넉하고 승차감도 유럽 소형차 못지않았습니다.”

마울 사장은 성능 면에서는 쌍용자동차의 ‘뉴체어맨’을 칭찬했다. 체어맨의 차체와 엔진 기술은 벤츠에서 제공했기 때문에 다소 ‘전략적인 답변’이란 생각도 들었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지기라 다이조 사장, ‘NF쏘나타’ 성능 으뜸

한국토요타자동차 지기라 사장의 국산차 평가는 의외로 후했다. 국내외에서 국산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CEO의 입에서 나온 평가여서 더욱 의외였다.

지기라 사장은 GM대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윈스톰’을 최고의 디자인으로 치켜세웠다.

“윈스톰은 다이내믹한 스포츠 쿠페와 같았어요. 한국 차의 디자인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승차감에서는 현대차의 ‘그랜저TG’를 높이 평가했다.

“좌석 시트의 쿠션 느낌이 편안했어요. 서스펜션(현가장치)은 유럽 차들보다 좀 더 부드러워 미국 럭셔리 세단 쪽에 가깝더라고요. 또 뒷좌석이 상당히 넓어 다리가 긴 미국인에게 잘 어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현대차 NF쏘나타의 품질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국산차 중 으뜸’이라고 극찬했다.

“최근 배기량 2400cc NF쏘나타를 몰아봤는데 초기 가속력이나 굽은 길에서의 핸들링 등은 도요타의 중형 세단인 캠리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엔진의 정숙성까지 갖추고 있더라고요. 현대의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역시 일본인은 남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 아우디코리아 도미니크 보쉬 사장, 내 마음속 차 ‘뉴코란도’

아우디코리아의 보쉬 사장은 자신의 강인한 외모처럼 남성적인 취향의 차를 선호했다.

“쌍용자동차의 뉴코란도를 처음 본 순간 남성미가 넘치고 카리스마가 주변을 압도해 눈을 떼기가 어려웠습니다.”

보쉬 사장도 올해 출시된 현대차 그랜저TG를 내부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좋게 봤다.

“그랜저TG의 내부 전자장치들은 기능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용하기에 편리합니다. 배기량 3800cc를 운전해 봤는데 출력과 토크(바퀴 회전력), 주행 안정성 등에서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는 “승차감은 르노삼성자동차의 SM7이 제일 좋았어요. 고속도로를 달릴 때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체를 잘 잡아 줬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최고의 차를 뽑아 달라고 하자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두 가지를 골랐다.

“뉴코란도의 강인한 인상은 내 감성(my heart)을 유혹하고 그랜저TG의 정돈된 편의장치나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성능)는 이성(my brain)을 자극합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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