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Focus]스물넷, 그녀는…‘앙드레 李’

  • 입력 2006년 12월 16일 03시 01분


올해 7월 현대백화점 서울 신촌점에 ‘하이짐’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은 신인 디자이너 이지윤 씨. 이화여대 패션디자인과 4학년인 이 씨는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어 당당히 백화점에 입점했다. 전영한  기자
올해 7월 현대백화점 서울 신촌점에 ‘하이짐’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은 신인 디자이너 이지윤 씨. 이화여대 패션디자인과 4학년인 이 씨는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어 당당히 백화점에 입점했다. 전영한 기자
어려서는 ‘꼬마 디자이너’로 불렸다. 네댓 살 때부터 인형 옷을 자르고 꿰매서 정체 모를 드레스를 만들곤 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학생 디자이너’로 통한다. 대학을 다니면서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어 당당히 대형 백화점에 입점한 정식 디자이너가 됐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이화여대 패션디자인과 이지윤(24) 씨의 얘기다.

○ 겨울 원피스-모직 코트 독특한 디자인 호평

올 7월 1일 이 씨는 본인이 직접 만든 브랜드 ‘하이짐(HYZM)’으로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입점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하 2층 영 캐주얼 매장의 편집매장 ‘씨컨셉(C:concept)’에서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팔기 시작한 것.

이 씨는 “패션 의류업체도 입점하기 힘든 백화점에 나의 브랜드를 내걸고 고객에게 옷을 선보이는 일이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겨울 신상품으로 내놓은 원피스와 모직 코트는 기성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도 이 씨에게 먼저 입점을 권하고 있다.

○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서 최고상… 능력 인정받아

지난해 겨울 이 씨는 하루라도 빨리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어 창업하고 싶어 친구들과 힘을 모아 동대문 쇼핑몰에 매장을 냈다. 하지만 몇 달이 안 돼 문을 닫아야 했다.

이 씨는 “매장을 내고 옷만 만들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며 “아무리 옷을 잘 만들어도 검증 안 된 학생을 곱게 보지 않았고 상품기획, 브랜드마케팅 등 디자인 외에도 비즈니스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올 2월 현대백화점이 주최한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에 참여해 전문 디자이너들을 물리치고 최고상을 받았다. 앙드레 김 등 심사위원들은 이 씨의 디자인에 대해 디테일이 없는 심플함, 남들과 전혀 다른 독창성이 있다고 평했다.

○ 샛별 돕는 ‘선생님’ 바이어 만나 1인 3역 성공

공모전을 통해 이 씨는 현대백화점 여성캐주얼팀의 강명대 바이어를 만났다. 그의 공식적인 업무는 신진 디자이너의 창업을 위해 실무를 지원하고 컨설팅하는 일.

강 바이어는 “디자이너들은 고객 조사나 시장 분석, 리스크 관리 등 경영 마인드가 약하다”며 “창업을 위해 이런 부분을 도와준다”고 했다.

그는 “유통업계가 한국 패션계를 이끌어 갈 신인 디자이너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 매출 25억 원을 올리는 유명 브랜드 매장을 없애고 이 씨 등 신인 디자이너에게 그 자리를 과감하게 내준 것도 이런 취지에서 나왔다.

강 바이어의 코치를 받으며 이 씨는 브랜드 출시를 준비하는 패션회사 사장, 옷 만드는 디자이너, 졸업반 대학생 등 1인 3역으로 살았다. 수업을 듣다가 원단에 이상이 있다는 공장의 연락을 받고 뛰쳐나가기 일쑤였다. 이 씨는 “점차 매장을 늘린 뒤 내년에는 해외 컬렉션에도 참가할 계획”이라며 “한국 최고의 패션 브랜드로 키운 뒤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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