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무한 질주의 꿈 나는 강한 엔진이 좋다

  • 입력 2006년 12월 18일 03시 00분


《‘부우∼앙’고막을 찢을 듯한 엔진과 배기음.

트랙을 돌 때마다 열광하는 군중의 환호.

무한 속도로 치고나갈 때 발과 손끝으로 전해지는 쾌감과 긴장의 묘한 변주곡.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카레이서’를 꿈꾼다.

반드시 마니아가 아니어도 좋다. 일상에 지치고 정체된 도로의 답답함을 벗어나고 싶은 평범한 소시민도 ‘무한 질주’는 동경의 대상이다.

달리고 싶은 욕망은 더는 꿈에만 머물지 않았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앞 다퉈 고출력 차량을 내놓으면서 ‘꿈의 자동차’는 점차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몸과 차가 ‘하나’가 되는 고출력 고배기량 엔진을 단 고성능 차량이다.》

○ 세계는 지금 고출력 경쟁 중

자동차의 주행성능은 엔진이 좌우한다. 세계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온갖 최신 기술을 동원해 ‘자동차의 심장’을 더 크게, 더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엔진의 크기로 승부를 걸었다. 특히 AMG 모델은 고출력 경쟁의 정점에 서 있다. 벤츠는 최근 고성능 스포츠세단인 CLS55AMG 모델을 CLS63AMG로 올려 내년 1월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5500cc급이었던 엔진 배기량을 6209cc로 높여 최대 출력을 476마력에서 514마력으로 끌어올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4.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BMW 7시리즈도 올해 초 주요 판매모델의 배기량을 3600cc와 4400cc에서 4000cc와 4800cc로 각각 격상시킨 것도 고배기량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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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업계도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차의 이전 그랜저 모델 배기량은 2000cc, 2500cc, 3000cc였다. 하지만 지난해 선보인 신형 그랜저는 가장 낮은 급이 2700cc이며 3800cc까지 마련돼 있다.

덩치가 커지면서 차 가격도 크게 올랐지만 판매대수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가 나오기 전 그랜저의 월평균 판매대수는 3000∼4000대였지만 올해 7000대로 늘었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고성능차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마른 수건도 쥐어짜라

자동차 메이커들은 같은 배기량으로도 최대한의 힘을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BMW의 M시리즈는 대표적 사례. 배기량 5000cc급 M5의 최대출력은 507마력으로 이전 모델과 배기량은 같지만 출력은 107마력이 올랐다. ‘비밀병기’는 F1과 같은 레이싱에서 사용되는 병렬 10기통 V10엔진. 12기통 엔진보다 부피와 무게는 줄이면서도 효율성은 더 높였다.

닛산이 최근 내놓은 뉴인피니티 G35세단 역시 이전 모델과 배기량(3500cc)은 같지만 출력은 272마력에서 315마력으로 향상됐다. 동급 배기량 세단 중에서는 최고의 힘을 자랑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재규어 뉴XK는 차의 힘을 높이기 위해 엔진의 성능을 개선했을 뿐 아니라 무게도 줄였다. 같은 4200cc 엔진을 달고도 힘은 288마력에서 300마력으로 높아졌다. 또 자동차 뼈대를 강철 대신 100% 알루미늄을 써 무게를 1775kg에서 1595kg으로 10% 이상 줄였다.

○ 고출력 경쟁은 사치?

‘1000만 원이 넘는 롤렉스가 1만 원짜리 전자시계보다 정확한 것은 아니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끝없는 고출력 경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시속 100km조차 맘껏 내기 힘든 마당에 시속 300km의 잠재력을 가진 고성능 차량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고유가 시대에 역행하는 비경제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자동차가 운송 수단이라는 협소한 개념을 벗어나 ‘성인들의 장난감’으로 바뀌고 있는 소비추세를 감안하면 이 같은 비난은 ‘시대착오적’이다.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돈을 주고 유기농 식품을 찾듯 자동차에 대한 입맛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김예정 상무는 “국내에서 고출력 차량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아직 소수 마니아층에 머물지만 고성능 차량에 대한 매력은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자동차 메이커들의 성능과 가격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노력도 한몫하고 있다.

글=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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