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김영종(사진) 비자코리아 사장은 과감히 손가락을 잘라냈다. 지난해 ‘삼진 아웃’을 당한 직원 셋을 해고한 것이다.
비자코리아는 세계 신용카드사의 연합체인 비자의 한국법인으로 국내에서 발급된 비자 제휴 카드 약 2748만 장을 관리한다. 그런데 인력은 30명뿐이다. 이 때문에 직원 한 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최근 비자코리아는 미국 본사가 비영리 협회에서 주식회사로 회사 구조를 전환하면서 일이 더 늘어났다. 그런데도 직원을 해고해야만 했다. 이들이 조직에 ‘비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 조직은 슈퍼맨보다 슈퍼팀을 원한다
해고된 직원들은 “너하고 나만 아는 얘기인데 이번 인사에서 A가 임원으로 유력하다”는 식의 소문을 퍼뜨렸다. 김 사장은 사내에 소문이 돌자 진원지를 찾아내 경고를 줬다. 그는 “경고 한 번에 스트라이크 하나. 경고가 셋이면 삼진 아웃”이라고 했다.
그는 “비자코리아에 필요한 것은 ‘슈퍼팀’이지 혼자만 뛰어난 ‘슈퍼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비밀을 없애는 데 솔선수범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발표된 비자 본사의 기업공개(IPO) 추진. 경쟁사인 마스터카드가 올해 5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자 비자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예상이 분분했다. 하지만 막판까지 진행 상황은 극비였다.
그런데 비자코리아 직원들은 세계 비자 법인 가운데 유일하게 전원이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김 사장이 본사에서 정보를 듣자마자 모든 직원에게 공개한 것이다.
비밀이 사라지자 직원들은 회사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겼다. 대외비가 외부로 새어 나가는 일이 완전히 사라졌다. 비밀이 없으니 ‘실세 상사’도 자취를 감췄다. 비밀은 오직 하나, 직원 개인의 급여뿐이었다.
○ 리더의 덕목
이런 시도는 경영진과 직원 사이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김 사장은 직원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장이 되기로 맘을 먹었다. 그는 해외 출장이 있으면 밤 비행기로 출국해 새벽 비행기로 도착한다. 근무일 하루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김 사장은 “비자코리아 직원을 글로벌 금융 전문 인력으로 성장시키는 게 꿈”이라며 “미국 재무부 장관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출신이 맡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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