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모스크바 강 북쪽 크라스노그바르데이스키 거리에서는 불도저를 이용해 최근 신축된 대외무역은행 빌딩 옆 공터에다 대형 조명등을 켜놓고 터파기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트럭 운전사 이고리 빅토르비치 씨는 “올해 초에는 크렘린만 빼고 시내 전체가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은 크렘린도 내부 수리에 들어갔다”며 농담을 했다.
밤에 모스크바 시내를 다니면 “모스크바 건설 경기가 올해 5월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랐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빈터 위에 갓 올라간 건축물 뼈대에는 전등이 걸려 있고 그 아래에서 철골 구조물을 잇는 용접 불꽃이 튀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러시아 건설경기 호황은 올해 2월 정부 주도로 불길이 댕겨졌다. 오일머니를 비축한 러시아 정부는 서민 주택 마련을 위해 ‘이포테카’라는 대부 제도를 마련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러시아 은행들이 융자금 회수를 두려워한 나머지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했던 것. 그러자 러시아 재경부는 대부 실적에 의해 은행을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건설 드라이브 정책을 내놓았다.
건설 자금이 러시아 전 지역에 풀리자 낡은 창문을 고치려는 서민부터 아파트를 새로 지으려는 건설업자까지 은행 창구 앞에는 거의 매일 긴 줄이 이어졌다.
건설 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대도시는 인구 집중에 따른 주택난을 겪고 있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0월 평균 주택가격이 1월보다 106% 상승했다. 올해 모스크바의 집값은 매월 6%씩 치솟아 11월 초에는 m²당 평균 5092달러(약 468만 원)에 이르렀다.
모스크바 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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