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를 만들어 운영해 보니…
“선생님, 팔찌 가격을 얼마로 할까요?”(경찬)
“총재료값 4만5000원에다 너희들 인건비를 더해서 결정해야지.”(선생님)
“그럼 우리가 5명이니까 1인당 1만 원씩, 5만 원을 더하면 어떨까?”(경찬)
“겨우 1만 원이야?”(지원)
두 달 전 첫 수업에서 전체 세 개 팀 중 한 팀이 된 지원(여), 은혜(〃), 민선(〃), 경찬, 청신 등 다섯 명은 어떤 회사를 만들지 고민하다가 구슬로 된 팔찌 제조사인 ‘약수 비즈’를 세우기로 했다.
그 다음 수업에서 아이들은 회사 운영에 필요한 기초자금(자본금)을 ‘주가 맞히기 게임’에서 번 투자이익 18만 원으로 장만했다. 주식(지분)도 투자액에 따라 나눠 가졌다.
이제 마지막 수업. 각자 집에서 만들어 온 16개 팔찌를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배운 뒤 직접 팔아 보기로 했다.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살 사람들이 모르면 소용이 없죠? 회사는 상품을 알리기 위해 어떻게 하나요?”(선생님)
“광고요!”(민선)
“신문에 전단지도 뿌려요.”(은혜)
“맞아요. 홍보, 광고, 전단지, 할인행사…. 모두가 회사를 알리고 상품도 많이 팔려는 회사의 노력이에요. 오늘은 각 팀이 상품이 잘 팔릴 수 있게 전단지를 만들어 봐요.”(선생님)
‘약수 비즈’의 팀원은 흰 도화지를 앞에 놓고 고민에 빠졌다.
판매담당 청신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건강을 주는 팔찌’라고 하면 어떨까?”
그러자 홍보담당 민선이가 단호하게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 안 돼.”
“약간의 과장은 괜찮지 않을까….”(청신)
양측의 ‘공방’에 잠깐 어색한 침묵. 곧 사장인 지원이가 수습에 나섰다.
“아무래도 ‘패션의 마무리는 우리가 책임집니다’가 좋겠어.”
청신이도 포기한 듯 “그럼, ‘2개를 사면 10% 할인!’이라고도 써넣자”고 제안하자 이번엔 모두가 “좋아!”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약수 비즈’가 수련관 복도에 마련된 간이매장에서 선생님과 다른 수업을 듣는 친구들에게 판 수익금은 25만6000원. 비록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이었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 꿈을 여는 경제 교육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었던 솔이(여)는 경제 교육을 받으면서 작은 가게를 꾸려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다.
“직접 물건을 만들어 보니까 뭔가를 만들어서 제값 받고 파는 게 너무 재밌어요.”(솔)
경찬이는 “학교에서도 사회시간에 회사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며 “회사를 직접 세우고 물건을 만들어 팔면서 확실히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지원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전단지를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봤다”며 “그때는 돈 버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즐거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았다”고 했다.
수업을 진행한 삼성증권 이동주 과장은 “경제 교육을 통해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회사 사장이 되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고 언젠가는 자신도 그런 자리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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