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파트를 담보로 2억8000만 원까지 대출해 줄 수 있다는 거래 은행 직원의 말을 믿고 이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생각이었는데 막판에 ‘불가(不可)’ 통보를 받았기 때문. 본점에서 대출 승인을 해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은행들이 자체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고 금융감독 당국도 대출 받는 사람의 소득과 부채 등을 따져 대출을 규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을 시가(時價) 3억 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하기로 해 실수요자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 점점 멀어지는 내 집
20일 일선 중개업소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주 주요 은행들은 5000만 원 이상 신규 대출에 대해 본점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소형 아파트 매매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주택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6억 원 초과 주택에만 적용되던 DTI 규제가 지역에 상관없이 3억 원 초과 아파트로 확대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추가로 DTI 규제를 받게 될 3억 원 초과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서울 41만7371채 △경기 36만6090채 △인천 2만7513채 등 수도권에서 81만974채에 이른다. 이는 수도권 전체 아파트(310만1820채)의 26.1%에 해당된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유엔알의 박상언 대표는 “새로 DTI 규제를 받을 아파트는 대개 서울 강북권이나 경기도의 30평형대”라며 “그나마 규제를 덜 받았던 서민과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이 더욱 팍팍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전세금도 하락세…집값 거품 꺼지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대출 규제가 최근 집값이 치솟은 지역의 ‘거품’을 걷어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에는 전세난이 극심했던 올가을에 비해 1000만∼2000만 원 낮춘 전세 물건이 쌓여 있다.
상계동 H공인 관계자는 “올해 9, 10월 전세나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집을 사들였던 사람들이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금을 낮추고 있다”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급매물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서울 강북권이나 경기 일부 지역 등 추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매수세가 꺾여 내년 1분기(1∼3월)에는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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