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일선 수사기관이 자료까지 내며 대법원 재판 예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버’로밖에 보이지 않으며 대응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면서 “국가기강이 무너진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뇌부 차원의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판사가 재판 상황을 대법원에 보고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나라가 망할 일”이라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또 검찰 측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먼저 ‘대검찰청의 예규(구속영장 청구기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데 대한 대응일 뿐”이라고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두 기관이 서로 상대 기관의 내규까지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양측의 갈등은 돌아서기 어려운 선을 넘은 듯한 분위기다.
검찰이 문제 삼은 대법원 재판예규 제1084호(중요 사건의 접수와 종국 보고)는 1983년 처음 만들어졌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이나 국회의원, 장관, 판검사, 자치단체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 재판 진행 상황을 대법원에 곧바로 보고하도록 돼 있다. 올해 7월 예규 개정 때는 구속영장 외에 압수수색영장 발부 여부도 보고 대상에 추가됐다.
검찰은 “이 예규 때문에 개별 법관의 영장 발부나 재판 등이 대법원의 영향 없이 독립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이 재판이나 영장 심사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벌써 법원 내부에서 큰 문제가 터졌을 것”이라며 “무리하게 청구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이 재판 업무에 간섭하기 위해 법원 흠집 내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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