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 급증…1000억달러 돌파

  • 입력 2006년 12월 22일 15시 43분


원화절상에 따른 수출업체들의 선물환매도의 여파로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차입이 급증하면서 지난 3.4분기말 우리나라의 단기외채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총 외채대비 단기외채의 비중은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인 43.3%에 달해 금융시장의 교란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2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만기 1년 미만)는 지난 3.4분기말 현재 1080억달러로 2.4분기말 948억달러보다 131억달러, 작년 말 659억달러보다는 421억달러가 각각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장기외채는 비거주자의 국채투자나 기업의 선박수출 선수금 증가 등으로 전분기말보다 61억달러 늘어나면서 9월말 현재 141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총 대외채무는 전분기 말보다 193억달러 증가한 2494억달러에 달했다.

총 대외채권은 전분기 말보다 101억달러 늘어난 3460억달러였으며, 총대외채권에서 총 대외채무를 뺀 순 대외채권은 966억달러로 전분기말 1058억달러보다 92억달러 줄었다.

단기외채의 급증으로 인해 총 외채중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3.4분기말 현재 43.3%에 달해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말의 45.4%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단기외채 비중은 2004년말 32.7%에서 지난해 말에는 34.7%로 높아졌고 올들어서는 지난 2.4분기말 41.2%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외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단기외채+잔존만기 1년이내의 장기외채) 비율은 작년말 41.5%에서 3.4분기말 57.8%로 급상승했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31.3%에서 47.3%로 높아졌다.

재경부는 증가하고 있는 단기외채의 대부분이 은행 차입이며 특히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5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단기외채의 급증은 최근 지속적인 원화의 절상추세에 따라 조선업체 등 국내 수출업체들이 장래 수출대금을 미리 외환시장에서 매도하는 선물환 매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은행들은 이를 매입한 뒤 리스크 헤지를 위해 현물환 매각 자금을 해외에서 단기로 차입하고 있으며, 저금리의 외화대출 수요가 늘면서 은행들이 재원 마련을 위해 해외 차입을 늘린 것도 단기외채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경부는 단기외채의 구조나 대외지급능력 측면에서 위기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으나 우리나라의 신용평가 등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경욱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과거 외환위기 때도 금융기관들이 단기로 빌려와서 장기로 빌려줬다가 단기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미스매치가 발생해 위기 발생의 단초가 됐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점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가진 한 강연에서 금융기관의 외화대출 증가를 금융시장 불안요인중 하나로 지적하면서 "금융기관들이 외화대출 증가와 관련해 미리 환리스크 및 외화유동성 관리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재경부는 10-11월 선물환 매도규모가 약 50억달러 정도 감소하는 등 최근 들어 단기외채의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원화절상 기대심리를 불식하는 한편 금융기관들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 단기외채 축소에 만전을 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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