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법 개정 삼성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 불러올 듯

  • 입력 2006년 12월 24일 15시 50분


삼성의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지분 가운데 일부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강제매각 처분할 수 있도록 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이 2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삼성의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새 금산법은 금융회사가 취득한 동일 기업집단 내 비금융계열사의 주식 가운데 5% 초과분에 대해 1997년 3월 이전 취득분은 2년 유예 후 의결권을 제한하고 그 이후 취득분은 즉각적인 의결권 제한과 함께 5년 내에 자발적으로 해소하도록 하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감위원장이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담았다.

삼성 관계자는 23일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새로 채택된 법률의 이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으나 "법정 한도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처분 방안을 포함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금산법의 개정으로 영향을 받을 부분은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64%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6%다.

새 금산법에 따라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가운데 20.64%는 즉각 의결권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5년 이내에 매각하지 않으면 강제처분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은 삼성의 8000억 원 사회환원 조치의 일환으로 장학재단에 기탁된 이건희 회장의 3녀 고 윤형 씨 몫(8.37%)을 제외하면 모두 삼성계열사와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어 20.64%의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도 경영권 방어에 지장은 없다.

그러나 5년 내에 초과지분을 처분하는 문제에 대해 삼성은 난감해 하고 있다.

삼성측은 "배당 가능성도 없는 비상장 주식을 출자총액제한 등 내부거래 규제까지 피해가면서 매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 13.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4.8%), 삼성중공업(3.4%), 호텔신라(7.3%), 에스원(5.3%) 등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소(小)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이 업체의 개인최대주주(지분율 25.1%)인 이 회장의 장남 재용 씨는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고 일부 시민단체들은 지적해 왔다.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보유는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고리를 이루고 있어 이의 매각은 삼성 지배구조의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역시 강제 매각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의결권이 제한되면 이 회장과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지배권이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물산(4.02%), 삼성화재(1.26%), 이건희 회장(1.86%)과 부인 홍라희 씨(0.74%), 장남 재용 씨(0.57%) 등 계열사 및 이 회장 일가 개인지분 등을 모두 합한 우호 지분이 13.93%에 불과해 지금도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경우 경영권 방어가 취약한 실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와 학계 일각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투기자본이 삼성전자에 대한 M&A를 시도할 가능성은 상존하며 현재의 삼성전자 지분구조와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에 제약이 많은 M&A 관련 제도를 감안할 때 이를 막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 일가가 사재를 들여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시가총액이 약 100조 원인 이 업체의 주식 1%만 매입한다고 해도 1조 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것이 문제다.

또한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초과보유 지분 문제는 정부의 대기업정책, 시민단체 등의 지배구조 개선압력 등 외부요인뿐만 아니라 삼성의 경영권 승계구도와도 맞물려 있어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

결국 삼성그룹은 2~5년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당장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차기 정권의 대기업 정책방향과 여론의 흐름을 살피면서 이에 걸맞은 최적의 방안을 강구하게 될 것으로 재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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