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앞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은 고액을 보상해 주는 보장성 보험 가입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내년 1월부터 개인 신용도를 보험 가입 심사 때 반영할 예정이다.
대한생명은 내년 1월 중 한국신용정보와 업무 협약을 맺고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의 보험 가입 한도 금액을 지금보다 10∼30% 올려주는 방식으로 신용도에 따른 가입 조건을 차별화할 계획이다.
금호생명은 아예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의 보험 가입액을 제한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금호생명 관계자는 “보험료 납부 능력도 없으면서 보험금을 노리고 가입하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 가입 심사에 신용등급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과 흥국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내년부터 신용등급에 따라 보험 가입액을 차등화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이들 보험사는 법적 타당성과 여론을 지켜보면서 보험 가입 제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삼성생명은 국내 생보업계 중 처음으로 올해 8월부터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의 보험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가입 심사에 개인 신용도를 반영하려 하는 것은 신용도가 낮을수록 보험료 납부 능력이 떨어지고 보험 사고의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신용불량자는 보험 사기나 자살 등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데다 보험을 과다하게 가입했다가 중도 해약을 하는 사례가 많아 보험사의 손실이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용 불량 상태에 빠진 사람에게 미래의 위험에 대비한 보험 가입마저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그나마 있는 사회안전망을 약화하는 처사’라는 논리도 힘을 얻고 있다.
박병명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계약자의 신용도와 경제 능력을 보험 가입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현행법상 저촉되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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