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포드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멀럴리 사장은 지난주 일본 도쿄(東京)에서 조 후지오(張富士夫) 도요타 회장을 비공개로 만나 제휴 가능성을 타진했다.
포드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 회동에는 포드의 북미사업을 담당하는 마크 필즈 수석부사장도 동석했다. 양사는 내년 1월 일본에서 2차 CEO 회동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회동에서 포드 측은 △매연 배출이 적은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의 환경기술 △효율성이 높은 도요타의 생산방식 △도요타식 부품조달비용 절약 방안 등에 관심을 보였다.
대형차 부문의 판매 부진으로 올해 7∼9월에만 52억 달러(약 4조8000억 원)의 적자를 낸 포드가 도요타의 환경 및 생산 기술을 받아들여 경영 정상화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도요타 고위 관계자는 “지금부터 무엇이 가능한지를 (논의하는) 단계”라며 포드와의 협력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요타가 포드 살리기에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에 비해 지나치게 ‘고속 주행’ 중이기 때문. 도요타의 올해 1∼11월 미국시장 점유율은 15.3%로 포드의 15.6%보다 약간 낮았으나 내년에는 포드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세계시장의 생산과 판매 모두에서 GM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도요타는 내년 생산 목표를 올해보다 4% 늘어난 942만 대로 정했으나 GM은 올해 목표인 918만 대를 크게 웃돌기 어렵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려 경제 마찰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도요타의 최대 고민이다.
이 때문에 도요타는 현지 생산을 늘려 미국인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인상을 심어 주는 등 ‘시민권 얻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포드의 제휴에 응한 것도 ‘도요타는 미국 경제에 이로운 존재’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인 셈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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