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전망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올해 증시 폐장일인 28일 코스피지수는 1434.46으로 마감하며 지난해 말에 비해 3.99%(55.09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지수는 606.15로 13.62%(95.64포인트)나 하락해 더욱 초라했다.
종합하면 올해 증시는 ‘보합 수준’이라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주가지수 44개국 중 41위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더 큰 문제는 상실감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올해 증시는 부동산에 비해 확실한 열세였다. 더욱이 세계 증시가 호황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증시만 부진한 모습이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2일 현재 올해 코스피지수는 세계 44개 증시 가운데 41위에 머물렀다. 코스닥지수는 44위로 최하위였다. 중국(101.86% 상승), 러시아(65.46%), 인도(43.35%) 등과 비교할 때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이 부진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훨씬 더 낮아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했다.
하지만 올해 증시에 대해 다른 해석도 나온다. 한국 증시는 숱한 악재 속에서도 코스피지수 1,200선을 지켜 냈다는 것이다.
올해는 고유가, 원-달러 환율 급락(원화가치 상승), 북한 핵 문제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악재가 많았지만 이에 크게 밀리지 않는 ‘맷집’을 보여 줬다는 지적이다.
○증시 주도세력 교체
올해 증시가 부진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외국인투자가의 주식 매도였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10조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매도에서 매입금액을 뺀 것)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사상 처음 두 해 연속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이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우량주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가 상당기간 외국인들에게서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전체 시가총액의 1.25%가량 되는 엄청난 금액을 팔아치웠는데도 국내 증시가 보합 수준에서 버틴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기관투자가들은 적립식 펀드로 들어온 자금을 기반으로 외국인들의 매도물량을 가뿐히 받아내면서 증시의 탄탄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외국인이 팔았다’고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 증시의 주도세력이 교체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도 천천히 움직일 것’
증시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재평가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금도 한국 증시는 신흥 증시 가운데 저평가된 증시에 속한다. 특히 올해 증시가 부진했기 때문에 저평가 정도는 더 심해졌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된다면 한국 증시의 장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올해의 부진은 ‘절망스러운 부진’이라기보다 ‘한번은 겪고 가야 할 진통’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0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대세 상승의 긴 축에서 볼 때 한번쯤 있을 수 있는 ‘무난한 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천천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가도 급등락하기보다 올해와 비슷한 모습으로 천천히 장기적인 상승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6년 증시 종합 | ||||
구분 | 2005년 12월 29일 | 2006년 12월 28일 | 증감(등락) | 증가율(%) |
코스피지수 | 1379.37 | 1,434.46 | 55.09 | 3.99 |
코스닥지수 | 701.79 | 606.15 | ―95.64 | ―13.62 |
시가총액(억원) | 7,968,680 | 7,767,240 | ―20,144 | ―2.53 |
상장종목 수 | 1,789 | 1,860 | 71 | 3.97 |
10대 그룹 시가총액 변화 (단위 : 억 원) | |||
그룹 | 2005년 12월 29일 | 2006넌 12월 28일 | 증가율(%) |
삼성 | 1,428,647 | 1,395,863 | ―2.29 |
SK | 277,524 | 397,013 | 43.06 |
LG | 463,371 | 366,064 | ―21.00 |
현대차 | 510,253 | 364,456 | ―28.57 |
롯데 | 71,485 | 186,673 | 161.14 |
현대중공업 | 70,704 | 119,560 | 69.10 |
두산 | 89,720 | 108,139 | 20.53 |
GS | 58,801 | 77,283 | 31.43 |
한진 | 45,269 | 50,263 | 11.03 |
한화 | 46,084 | 45,098 | ―2.14 |
거래소 연간 투자주체별 매매 동향 | |
외국인 | 10조7289억 원 순매도 |
기관 | 10조4679억 원 순매입 |
개인 | 3조86억 원 순매도 |
12월 27일 기준. (자료: 한국증권선물거래소) |
외국인 연간 순매도 상위 5종목 | |
종목 | 순매도 금액(억 원) |
삼성전자 | 4,257 |
KT&G | 1,125 |
포스코 | 1,087 |
LG전자 | 762 |
현대자동차 | 637 |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