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뼛조각에 反덤핑 마찰 ‘설상가상’

  • 입력 2006년 12월 29일 03시 00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이 반(反)덤핑 등 무역구제와 관련된 한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협상이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특히 최근 미국산 ‘뼛조각 쇠고기’ 문제를 놓고 양국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무역구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한미 FTA 협상을 조기에 타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강수(强手)

미국 행정부는 27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 한미 FTA 협상 무역구제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미 의회가 행정부에 의회를 대신해 무역협상을 벌일 수 있도록 무역촉진권한(TPA)을 부여하면서 FTA 협상 등에서 무역구제 관련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TPA 만료 180일 전까지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데 따른 것이다. TPA 만료 시한은 내년 6월 말이다.

보고서는 무역구제 분야에서 법률 개정이 필요한 한국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은 이달 초 미국 몬태나 주에서 열린 한미 FTA 5차 협상에서 무역구제 관련 5개 개선사항과 다자(多者) 간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적용 배제를 미국에 요구했다.

당시 미국 협상단이 ‘권한이 없다’는 태도로 나오자 한국은 무역구제 분과는 물론이고 자동차와 의약품 부문의 회의까지 중단시키면서 파행을 겪었다.

한국이 요구한 5가지 사항은 △산업피해 판정 시 한국 제품에 대한 분리 평가 △양국 간 무역구제위원회 설치 △반덤핑 조사 개시 전 사전 협의 △상호 합의에 의한 반덤핑 조사 중지 △조사당국 추정자료 사용 제한 등이다.

이 가운데 법률에 대한 손질이 필요 없는 것은 양국 간 무역구제위원회 설치 하나뿐으로 미국의 보고서는 한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협상의 여지가 있다”

한국은 이에 대해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미국이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28일 긴급 브리핑에서 “미국 보고서에 따르면 반덤핑 등 무역구제와 관련한 현재 요구사항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지만 ‘새로운 문안’은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개 요구사항 이외에 다른 제안을 한국이 할 수 있고 5개 사항에 대해서도 문안을 수정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런 해석은 실제 협상을 맡고 있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협상 파트너인 한국과 미국 의회의 사정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에서 나온다. 한국과는 협상을 계속해야 하고, 동시에 미 의회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에 외줄을 타듯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는 풀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제안을 일단 거절하면서 동시에 보고서에 ‘(한국의) 모든 제안에 대해 계속 협상할 것이며 의회와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문구를 포함했다는 것이다.

○다음 달 6차 협상도 난항 예상

이번 보고서로 한미 FTA 협상이 당장 파국을 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당장 다음 달 15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6차 협상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전체 협상의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

무역구제 분야는 한미 양국이 내년부터 핵심 쟁점 분야에서 주고받기 식 ‘빅딜’을 할 때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 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올해 말까지 무역구제 분야에서 양보하면 한국도 자동차나 의약품 등에서 내줄 것을 내주면서 협상의 물꼬를 트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TPA 만료 3개월 전인 내년 3월 말까지 협상을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 쇠고기 뼛조각 문제를 둘러싸고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협상 여건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조만간 미 의회 상원 상무위원회의 무역소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런 도건 의원은 새 의회가 소집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 조치에 관한 청문회 개최와 함께 보복관세 입법도 추진할 것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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