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경영화두 찾아 그룹총수들 ‘해외 삼만리’

  • 입력 2006년 12월 30일 03시 00분


《2006년은 국내 기업에 시련과 도전의 한 해였다.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내수 경기 부진은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 상당수 대기업의 경영실적은 어두운 경제현실의 단면을 그대로 반영했다. 대기업들은 돌파구를 ‘글로벌 경영’에서 찾고 있다. 기업들은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 등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현지 경영을 강화했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그룹 총수들은 해외 경영에 매진하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해외 생산 현장에서 ‘창조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 화두를 던졌으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미국과 유럽 생산공장을 순시하며 공장 운영 실태를 직접 점검했다. 2006년을 ‘해외 경영의 원년’으로 선포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베트남과 두바이 등을 돌며 그룹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아 나섰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러시아와 일본을 돌며 해외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 새 경영구상은 ‘해외 경영’ 현장에서 나온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밴플리트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9월 출국했다. 이후 10월까지 40일간 미국, 유럽, 중동, 일본에 머물며 ‘창조경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그룹에 던졌다. 그의 새 경영방침은 삼성그룹에서뿐만 아니라 재계 전체에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이 회장은 영국 런던에서 영국 프로축구 첼시 구단의 경기를 관전한 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뛰는 프리미어리그는 창조적 플레이의 경연장”이라며 “기업에도 프리미어리그식 창조적 경영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짓고 있는 세계 최고층(160층) 빌딩 ‘부르지 두바이’ 공사 현장에서도 “미래 성장 잠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창조경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진화 경영’을 그룹의 새 화두로 던졌다. 최 회장은 올해 중국 6차례를 포함해 총 10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해외 체류 기간만 85일로 지난해 40일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해외경영 현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경영’과 ‘고객가치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9월 초 LG전자의 러시아 디지털 가전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LG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10월에는 일본 도요타 본사를 방문해 조 후지오 도요타자동차 사장과 만나 ‘고객 가치 경영’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 해외 경영 현장도 총수가 직접 점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로 구속됐다 풀려나는 어려움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현장 경영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올 한 해 미국, 슬로바키아, 인도의 생산 공장을 8차례나 방문했다. 해외 출장 비행 거리만 7만8000여 마일에 이른다. 서울∼부산(220마일)을 177번 왕복한 거리와 맞먹는다. 정 회장은 중국 현대차 베이징(北京) 제2공장과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품질 최우선 경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중동 지역 등 열악한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했다. 2월에 카타르와 오만, 이란 등의 GS 계열사를 찾았고 4월에는 GS건설이 카타르에 건설하는 정유 플랜트 기공식에 참석했다. 7월에는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을 방문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도 분주하게 해외를 누볐다. 그는 올 한 해 27회 해외 출장을 다니며 10개국 50개 도시를 방문했다. 해외 체류 기간만도 130일이나 됐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도 백화점과 식품회사가 진출해 있는 러시아, 중국을 다녀왔으며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미국과 동남아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 기업 해외경영 ‘민간 외교’에도 한몫

SK 최 회장은 11월 두바이를 방문해 내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 내정자인 모하메드 알 하밀리 UAE 에너지장관을 만나 교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도 인도의 압둘 칼람 대통령, 나빈 파트나이크 오리사 주 총리,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재무장관을 잇달아 만나 2008년 착공하는 인도 일관제철소 사업과 양국 경제현안을 논의했다.

한중 우호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주 베이징의 한중일 문화포럼에 참석해 양국 간 문화교류에 힘쓰기도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국학연구소 개관식에 참석해 1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올 한 해 총 12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