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로 30년 공직 생활을 접는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산업피해조사팀 이경호(59·사진) 서기관.
그는 퇴직을 앞두고 재직 시절 보고 들은 중앙정부의 정책 실패와 부정부패 사례 등을 근무일지 형식으로 기록한 ‘과천블루스’(지식더미)를 펴냈다.
이 서기관은 책 내용이 보도돼 파문을 일으킨 29일 본보 기자와 만나 “책에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고 다 아는 이야기를 모은 것뿐인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본보 29일자 A4면 참조▽
▶ 퇴직 앞둔 산자부 서기관 “신도시 정보 공무원들이 유출”
이날 오전 건설교통부에서 자신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는 책에 신도시 개발 정보가 공무원들의 친인척, 개발업자, 투기세력 등에게 빠져나갔다는 등의 내용을 담아 충격을 던졌다.
이 서기관은 이날 마지막으로 산자부 종무식에 참석하려 했지만 건교부에서 책의 내용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게 부담스러웠는지 하루 종일 집안에 머물러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 “탁상행정이야말로 공무원의 암(癌)적 습관”이라며 “만약 건교부 직원이 부동산 변천사를 공부한 후 책상머리를 떠나 발로 뛰는 현장 행정을 했다면 고가(高價) 분양가 책정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무리 문제점이 많이 보이더라도 자신이 수십 년간 몸담았던 공무원 조직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책을 쓰기는 쉽지 않다.
이 서기관도 책의 서문에서 “독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공무원 사회의 무능, 불의, 부정, 부패, 비열 등에 대한 나 자신의 비판적 분노에 따른 것이다. 나는 내 주변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서기관은 “대다수 공무원은 지금도 곳곳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며 “수십 년간 일만 알고 살아온 고위 공무원들의 연봉이 기껏 6500만∼7000만 원밖에 안 될 정도로 적은 것은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퇴직 후 어떻게 생활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글을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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