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윤동기 무시하고 주택공급 되겠나”

  • 입력 2007년 1월 3일 02시 54분


■ 박병원 재경부차관, 與 분양가공개 정책 반박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더 빨리, 더 많이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정부의 정책과 잘 맞지 않아 최대한 신중히 검토해야 합니다. 국민이 높은 분양가와 건설업체의 많은 이익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알지만 주택 공급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은 지금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2일 정부과천청사 집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최근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첨예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강조했다. 또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전월세 등록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재경부가 열린우리당의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왜 반대하는가.

“대한주택공사 SH공사 등 공기업이 주택을 공급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주택 공급의 절반 이상을 민간 건설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남기려는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동기(動機)에 장애를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다. 기업의 이윤 동기를 무시하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민간 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는 시도해 볼 만하지만 분양원가 공개는 어렵다.”

분양가 상한제는 정해진 한도 안에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이익을 늘릴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원가 공개는 그렇지 않아 곤란하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가 왜 중요한가.

“1980년대 말 수도권에 주택 200만 채를 공급한 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최근 정부가 후분양제 시행을 1년 연기한 것도 공급을 빨리 늘리기 위한 것이다. 집을 지은 뒤에 분양하는 ‘후분양제’를 연기하고 사전 분양을 통해 주택 공급 시기를 앞당김으로써 집값 상승에 대한 중산층과 서민층의 불안감을 서둘러 해소하기 위해서다.”

―건설업체가 과도한 이익을 챙겨 분양가가 오른다는 생각을 가진 국민이 많은데….

“(건설업체가 폭리를 취한다는) 국민의 생각과 달리 민간 기업이 집을 짓는 비용 자체는 큰 차이가 없으며 실제 집값이 차이가 나는 것은 건축비가 아닌 땅값 때문이다. 기업이 사업을 통해 이익을 내는 데 지나친 반감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열린우리당은 ‘전월세 등록제’를 실시해 등록된 전세나 월세 집주인이 연 5% 이상 전·월세를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여당과 재경부 사이의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금을 정부가 묶어서 세입자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세입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 전셋집이 부족하면 급한 세입자들이 5%를 넘겨 올린 전세금 부분을 빼고 계약하는 ‘이면계약’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실거래가 신고제’를 통해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온 기존 정책 방향과 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 나중에 세입자가 계약서에 적히지 않은 돈을 떼일 가능성도 있어 세입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신중해야 한다.”

―아파트 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원인이 부동산 시장에 넘쳐나는 부동(浮動)자금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개발 계획이 곳곳에서 추진되면서 풀린 토지 보상비가 부동산 시장 과잉 유동성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원하는 경우 현물 보상을 허용하면 유동성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잉 유동성을 한 가지 수단만으로 해결하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 투자 활성화, 부동산 담보대출 축소, 외화차입 억제 등 여러 방안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박 차관은 경제관료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시장(市場)주의자로 꼽힌다. 특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장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지난해 ‘8·31 부동산 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수요 억제보다 공급 확대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부동산 관련 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공급 위주의 11·15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정부 부동산 관계부처 특별대책반 반장을 맡아 부동산값 폭등 진정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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