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는 독불장군 역주행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2008년까지 낙후한 12개 공장을 폐쇄하고 3만5000명을 감원키로 했다.’(GM·지난해 7월)

‘2007년 3만80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포드·지난해 11월)

‘2007년 트럭 생산라인에서 4000명을 해고한다.’(다임러크라이슬러·지난해 11월)

미국 자동차 빅3 업체의 노조가 회사 측과 합의한 구조조정 방안이다. 전미자동차노조연맹(UAW)도 이번 감원 계획에 동의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모습은 크게 다르다.

‘성과급 50%를 지급하지 않으면 파업에 나서겠다.’(박유기 노조위원장·3일)

‘(주문물량이 밀리더라도) 2교대 근무는 절대 안 된다.’(전주공장 노조·3일)

미국 빅3 노조의 선택은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한국의 현대차를 꺾어야만 남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지금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 미 자동차 노조, 혹독한 겨울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작년부터 올해 말까지 자동차 업계를 떠나는 UAW 소속 근로자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회사 측에 대한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누적된 결과다. 이는 회사의 방만한 경영과 근로자들의 낮은 생산성으로 이어져 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디트로이트를 비롯한 주변 도시들은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20년 전 미시간 주 리보니아 시는 번성하는 디트로이트의 위성도시였다. 값비싼 명품을 파는 상점과 멋진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그러나 리보니아 시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들이 공장 문을 닫고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시 재정도 악화돼 최근 90명의 공무원을 해고하고 예산도 500만 달러 축소했다. 지난해 7개 초등학교가 폐교됐고 ‘원더랜드’라는 쇼핑센터도 문을 닫았다.

리보니아 시 측은 자동차 빅3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성장 동력을 되찾아 예전의 영화를 누리게 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반면 20년 전 켄터키 주 조지타운 시는 작은 시골마을로 외식할 수 있는 식당이 단 하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퇴근길 교통체증이 일어날 정도로 발전했다.

조지타운은 1986년 도요타 공장이 세워지면서 새로운 학교들과 호텔들은 물론 도요타에 납품할 중소기업들이 속속 들어섰기 때문이다.

강성으로 유명했던 UAW의 론 게텔핑거 위원장은 최근 “GM과 포드 등 이른바 빅3로 대표되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존속하려면 노조가 구태의연한 모습을 버리고 공생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 거꾸로 가는 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는 과거 미국 자동차 노조가 걸었던 길을 답습하고 있다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차는 올해 환율로 인해 1조 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3일 시무식장에서 난동을 벌이는 등 위기상황에 놓인 회사의 운명에는 관심도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 측이 언론을 이용해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해외 언론도 현대차 노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4일 성과급과 관련한 노조의 파업 경고와 전주공장의 2교대 근무 거부에 대해 “노동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강성노조가 여전히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노조는 가뜩이나 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에 큰 근심거리”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 같은 국내외 언론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현재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는 등 회사에 지속적인 손실을 입히고 있다.

1987년 현대차 노조가 출범한 이후 지난해까지 20년간 각종 파업으로 회사 측에 끼친 손실액이 1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매년 파업으로 5270억 원이라는 금액을 날려 버린 셈이다. 현대차 노조가 이런 행태를 계속하면 현대차 공장이 들어선 울산도 디트로이트나 리보니아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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