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24명중 1명만 ‘괜찮은 일자리’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최근 3년간 ‘괜찮은 일자리’가 11.5%가량인 8만여 개 줄었으며 특히 내수시장 부진으로 자동차나 가전제품 판매 등 도매 및 소매 판매업 분야에서만 2만500여 개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국민소득은 매년 늘고 있지만 괜찮은 직업을 가진 직장인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중산층이 감소하고 있는 것. 다만 수출이 늘어나고 정보통신 관련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2004년에 비해 2005년에는 다소 늘어나 일자리의 질(質)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한편 괜찮은 일자리가 가장 많은 분야는 제조업과 교육서비스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보가 노동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에 의뢰해 정규직 여부, 임금 수준, 근로시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한국표준산업 분류에 따라 19개 분야에서 일하는 임금근로자 1520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다.》

▽‘괜찮은 일자리’ 3년 사이 11.5% 줄어=국내의 괜찮은 일자리는 2002년 71만4000여 개에서 2005년 63만2000여 개로 8만2000여 개 줄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종사자 및 공무원 등 임금근로자가 1420만여 명에서 1520만여 명으로 100만여 명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일자리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2002년 20명당 1명에서 2005년 24명당 1명으로 낮아진 것.

괜찮은 일자리가 급감한 시기는 2002∼2003년으로 1년 새 무려 12만8000여 개가 사라졌다.

도매 및 소매 판매업 외에도 택시운전사와 화물 운송 업체 종사자 및 여행사를 포함한 운수업 분야의 괜찮은 일자리는 3만여 개에서 1만6000여 개로, 부동산 관련 업체 종사자 및 가구 의류 기계장비 등을 임대하는 부동산 및 임대업 분야는 6000여 개에서 4000여 개로 줄었다.

이 밖에도 공공 수리 및 개인 서비스업, 영화 산업을 포함한 오락 문화 및 운동관련 서비스업, 연구원과 소프트웨어 개발자 및 변호사가 포함된 사업서비스업, 은행원과 펀드매니저 및 보험설계사가 포함된 금융 및 보험업에서도 괜찮은 일자리가 줄었다.

결국 19개 분야 중 14개 분야의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든 것.

반면 5개 분야가 늘었는데 전기·가스·수도사업 분야가 1만2000여 개에서 2만1000여 개로 가장 많이 늘었다. 국제단체나 한국 내 외국공관 근무 분야는 1000여 개에서 2000여 개로 늘었고 농업 및 임업, 숙박 및 음식점업, 통신업도 소폭 늘었다.

고용정보원은 이번 조사에서 노동부와 고용정보원이 취업자 7만여 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OES) 데이터를 분석했다.

학계나 연구소는 지금까지는 주로 임금, 직장 규모 등 단일기준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정규직 여부, 임금 수준, 근로시간의 세 가지 기준을 사용해 같은 직장에 다니더라도 정규직 여부에 따라, 같은 급여를 받아도 근무 강도에 따라 괜찮은 일자리 여부를 구분하는 현실적인 분석 방법을 사용했다.

▽제조업, 교육서비스 분야가 괜찮은 일자리 많아=괜찮은 일자리가 많은 분야는 종사자 수가 많은 제조업과 학교 교사, 대학 교수 등이 포함된 교육서비스업이었다.

제조업 분야에서 괜찮은 일자리는 2002년 17만5000여 개에서 2003년 13만6000여 개로 급감했으나 수출이 회복되면서 2005년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교육서비스업은 14만2000여 개에서 12만5000여 개로 줄었으나 여전히 제조업에 이어 가장 괜찮은 일자리가 많은 분야였다. 반면 광업과 어업 분야에는 2002년에는 괜찮은 일자리가 1268개가 있었으나 3년 뒤에는 단 한 개도 없었다.

고용정보원의 김한준 직업진로지도실장은 “수출이 개선되면서 최근 제조업을 중심으로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괜찮은 일자리 감소는 정규직과 급여를 충분히 받는 직장이 줄고 그 대신 근무 강도가 강해진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

선진국에서는 보수, 근무 강도, 고용 안정성, 발전 가능성, 직업과 직무 특성, 직장 내 인간관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규직이고 평균 임금의 1.5배 이상을 받으며, 주당 근로시간이 18∼50시간인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규정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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